[기자의 시각] 김해 구봉초교 사태를 바라보며
[기자의 시각] 김해 구봉초교 사태를 바라보며
  • 박준언
  • 승인 2021.08.22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언 창원총국 취재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사업의 하나인 가야사 2단계 복원사업 구역에 포함돼 사라질 뻔했던 김해 구봉초등학교가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지난 13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허성곤 김해시장, 이은영 구봉초 비대위 등 교육기관과 김해시, 시도의원, 학부모가 참가한 가운데 구봉초 이전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학교 존폐 이야기가 나온 지 3년만이다.

이번 협약으로 경남도교육청은 현 김해건설공고 잔여부지인 대성동 72번지 일원 1만2500㎡에 오는 2027년까지 9학급 규모의 학교를 신축하고, 이전에 필요한 행정절차와 시설공사를 책임지기로 했다. 김해시는 현재 구봉초등학교 토지 등 재산을 보상하고 신축 학교의 다목적강당 건립, 도제센터 리모델링 등의 경비를 지원한다.

구봉초가 살아남기까지는 학부모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당초 교육당국과 관련기관은 학생들을 인근 4개 학교로 분산 배치하고 구봉초는 폐교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교육 수요자의 의견수렴 없는 학생 분산 또는 학교 이전을 반대했다. 이들은 “구봉초는 도교육청이 지정한 행복학교로 타 학교와 차별화 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만큼 이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학교지키기 집회를 여는가 하면 시도의원들을 만나 학교 존립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도움을 청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민관협의회가 꾸려지고 지난 3년간 총 8차례의 회의가 열렸다. 마침내 올해 4월과 5월 2차례의 추가 협의 끝에 이전에 최종 협의했다.

구봉초를 이전하고 신축하는데는 2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든다. 경제 원칙으로만 따진다면 학교를 폐지하고 학생들을 인근 학교로 분산하는 게 맞다. 그러나 교육은 경제 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영국의 최고 명문 고등학교인 이튼 칼리지는 600년이 넘는 전통을 이어오며 19명의 넘는 총리와 명사들을 배출했다.

구봉초는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고분박물관 사이에 위치한 도심 속 작은 학교다. 가야문화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이 학교의 학생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관계기관과 학부모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박준언/창원총국 취재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