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깊고 느린 진주 남강과 대숲 사이를 거닐다
[시민기자]깊고 느린 진주 남강과 대숲 사이를 거닐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9.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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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잰걸음이라면 한달음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뚜렷한 목적지가 없어도 그저 내 안의 욕심과 시름을 내려놓고 걸을 수 있는 곳이 진주 남강에 있습니다. 진주성 맞은편, 천전동(옛 망경동) 대숲 ‘남가람 별빛길’이 그렇습니다.

진주 가운데를 에둘러 흐르는 남강 가에 있어 접근하기 좋습니다. 진주교와 천수교 사이에 차를 세우고 향하자 아름다운 진주성과 촉석루 풍경이 와락 안깁니다.

진주에 산다는 게 너무도 고마운 풍경입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광을 야외 갤러리에라도 온양 천천히 감상하듯 걷습니다. 산책로가 잘 꾸며져 어디를 걸어도 넉넉한 초록빛과 푸른빛의 남강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소리 없이 흐르는 남강을 말없이 바라봅니다. 아무런 말이 없어도 오랜 벗인 양 친근합니다. 물결마다 일렁이는 잔잔한 별들이 반짝입니다. 마치 별천지에라도 온 기분입니다.

마치 깊은 산속에라도 들어온 듯 숲은 넉넉합니다. 오가는 찻길이 잠시 음 소거 된 듯 조용합니다. 강을 스쳐 지나온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상쾌합니다. 맥문동 푸른 잎 사이로 보랏빛 꽃들이 보라빛향기를 안겨줍니다. 꽃말처럼 기쁨을 온전히 누립니다. 곳곳에 놓인 평상이며 쉬어가기 좋은 의자 등이 유혹입니다.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들숨과 날숨을 천천히 내뱉기 좋습니다.

진주의 역사와 문화, 비봉산과 선학산, 진주성 등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도심 속 둘레길’인 진주 에나길이 지나는 길이기도 합니다. 호젓한 산책로를 따라 나를 만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진주성과 촉석루 풍광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중앙광장에 이르면 더욱더 두 눈은 주위 풍광을 꾹꾹 눌러 담기 바쁩니다.

중앙광장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대숲이 나옵니다. 쭉 뻗은 대나무들은 진주 남강의 오랜 벗입니다. 대숲에 들어서면 바람 장단에 춤추는 대나무들의 군무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귀를 유혹합니다.

촉석루 바로 정면에 있는 쉼터에서 넉넉한 풍경을 담자 내 안에 평화가 밀려옵니다. 일상의 시름은 어느새 사라지고 개운해집니다. 여기 숲은 깊고 느립니다. 더디게 걷고 싶은 푸른 길이 남강을 따라 함께합니다. 남강과 어우러져 대나무로 꾸며진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조용히 음미하며 걷기 그만입니다.

태양도 서산으로 쉬러 가고 어둠이 몰려오면 이곳에는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아름다운 조명을 받은 야경은 색다른 볼거리를 우리에게 선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길이 남강 별빛 길인지 모르겠습니다. 낮과 다른 풍경은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대숲을 나오자 시비를 비롯해 다양한 조형물들이 눈길을 끕니다. 황금열쇠 모양의 안내판이 눈길을 끕니다. 중앙시장 2층에 있는 비단길 청년몰 안내판은 진주교 건너 풍성한 먹거리가 있는 중앙시장으로 이끕니다.

남강을 따라 숲을 거닐었을 뿐인데도 보약 한 첩을 지어 먹은 듯 힘이 솟습니다.

김종신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진주 천전동 대숲 ‘남가람 별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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