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갑·영민 부자 '산청딸기'로 전국 사로잡다
권현갑·영민 부자 '산청딸기'로 전국 사로잡다
  • 원경복
  • 승인 2021.09.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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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명인' 권현갑씨, 국내 최초 하이베드 도입
전국 돌며 노하우 전파…농가·대학서 강연활동
아들 영민씨, 작목반 등 지역농가 해결사 분주
영농4-H활동 적극 나서 청년농업인 멘토 역할
국내 유통계에서는 지리산 자락 산청군에서 생산되는 딸기가 그 어떤 곳보다 빨리 출하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산청 딸기는 수확기 초반에는 전량 서울가락시장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으로 팔려나간다.

특히 산청딸기는 지리산 자락의 맑은 공기와 청정한 물 덕분에 높은 당도와 선명한 빛깔은 물론, 저장성과 식감이 탁월하다. 과육이 충실하고 신선함이 오래 유지돼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는다.

첫 수확시기에는 ‘산청 사람들도 맛 한번 보기 힘들다’는 우스갯소리가 사실이다. 이처럼 산청 딸기가 국내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왜, 무슨 이유로 이처럼 우수한 품질의 딸기가 국내에서 가장 빨리 생산될 수 있을까?

농업경영체 입장에서는 품질도 품질이지만 병해충 발생이 적고 생산량이 많으며, 특히 빠른 수확이 가능해야 선점효과에 힘입어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산청의 딸기 농업경영체들은 어떻게 이런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듣기 위해 우리나라 시설 딸기 재배 역사의 산증인으로 손꼽히는 권현갑(73)씨와 그의 뒤를 잇는 아들 권영민(39)씨를 만났다. /편집자주

◇하이베드 재배법 국내에서 처음 도입한 아버지 권현갑씨=국내 딸기 농업경영체는 물론 학계에서도 ‘산청의 딸기 명인’ 권현갑씨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이베드 딸기 재배법을 처음 도입한 선구자가 바로 권씨기 때문이다.

딸기 농업에 종사한지 40여년을 바라보는 권씨는 30여년 전 일본과 네덜란드를 직접 찾아다니며 접한 하이베드 재배법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당시 일본과 네덜란드, 벨기에 등은 하이베드를 활용한 딸기 양액재배에서 세계최고 수준이었다.

권씨는 우리 딸기 농업이 가야할 길은 배양액의 농도에서부터 토질, 조도시간, 생육기간과 당도까지 정확하게 계량화된 기준을 만드는 과학영농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고 가장 먼저 팔을 걷어 붙였다.

권씨는 당시 모두가 ‘안된다. 어렵다’고 손사래를 쳤던 낯선 하이베드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주변 농업인들은 물론 지자체 담당자들까지도 설득해야 했다.

하이베드 양액재배법이 당연시 되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하이베드 재배 방식은 토양을 통한 병원균 침입과 모종의 고사 등 기존 노지 재배의 문제점을 크게 개선한 것은 물론 안정적인 생산량 증가와 상품의 계량화가 용이해 품질·가격 경쟁력을 고루 갖출 수 있다.

권씨는 하이베드 재배법 도입에서 그치지 않고 산청 지역 기후와 상황에 맞는 모종을 생산해 지역 농가에 보급했다. 생육시기, 날씨 등에 맞는 적절한 양액 관리 요령도 아낌없이 주변에 나눴다.

하이베드 시설의 설치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지대 설치 방법과 수분감소 방법 개선 등의 자체 기술도 개발해 생산량 증가와 상품성도 향상시켰다.

이처럼 하이베드 도입과 모종 생산 보급, 신품종 개발 추진 등 딸기 재배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권씨는 2003년 9월 농협의 이달의 새농민상을 수상하고, 2009년 대통령 표창과 함께 농협 새농민상 본상을 수상했다.

딸기 명인으로 통하는 권씨는 지금은 전국 각지의 농업관련 대학은 물론 농업기술센터와 작목반의 요청을 받아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청출어람’ 아들 권영민씨…영농4-H활동 후배양성에도 기여=이처럼 아버지 권현갑씨가 전국 각지의 딸기 농업경영체와 연구에 매진하면서 육묘장과 재배시설 등 딸기 하우스 18동, 총 1만9834㎡(6000평) 가량의 딸기농장의 관리는 모두 아들 권영민씨가 도맡아 하고 있다.

지금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꼬박꼬박 메모할 정도로 새겨듣지만 영민씨의 농사 실력은 이미 국가대표 수준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시설딸기 노하우를 체득한 영민씨는 어린 시절부터 딸기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군 제대 후 곧바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딸기 농업에 뛰어들었다. 20대 중반이었으니 어느덧 15~6년을 훌쩍 넘어선다.

딸기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 대학을 2곳이나 나왔다. 처음은 한국농수산대학 채소과, 두 번째는 경남과학기술대학 원예과를 졸업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신 기술을 익히기 위해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딸기 선진국 연수도 수차례 다녀왔다.

이러한 그의 열정은 아버지가 이룩한 전국 최고 품질 ‘산청 딸기’ 생산 노하우를 더 많은 지역 농업인들과 나누며 농가들의 소득을 더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커져가고 있다.

영민씨는 산청군 영농4-H활동을 하면서 후배양성과 지역 딸기 농가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실시간으로 해결하는 해결사다.

육묘장 운영과 딸기 재배를 함께 하기 때문에 1년 내내 바쁘지만 이른 새벽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4-H후배들과 지역 농가들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간다.

수년 전부터는 한국농수산대학 현장 교수와 농업기술센터에서 시행하는 신규농업인 귀농귀촌 현장실습교육 선도농가로도 활동하는 등 지속적인 현장 교육자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겨울에는 딸기의 병해를 줄일 수 있는 저면관수를 활용한 육묘장 운영으로 우수 딸기묘를 생산한 공로를 인정 받아 농협중앙회가 선발·시상하는 ‘올해의 청년농업인상’을 했다.

2019년에는 농촌진흥청과 경남농업기술원, 산청군농업기술센터가 주관하는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에도 참여했다. 해당 사업을 통해 저면관수 방법을 이용한 딸기 육묘장 시설 확대와 지역 딸기농가에 건전 육묘 기술을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권현갑·영민씨 부자의 딸기에 대한 열정은 함께 딸기농업경영체를 운영하는 단계딸기작목회 100여명의 회원들에게도 전달돼 서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귀향인이나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의 문의도 상당하다. 실제로 직장생활을 하던 40~50대 가장들이 딸기농사를 배우면서 귀농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딸기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은 물론 인구증가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민씨는 산청지역 청년들의 농업 연구 모임인 산청4H연합회와 경남4H연합회 활동에도 적극 나서 젊은 청년 농업인들의 멘토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영민씨는 “아버지를 비롯해 우리 지역 선배 농업인들께서 닦아놓은 ‘지리산 산청 딸기’라는 브랜드는 저와 같은 후배 농업인들의 든든한 자양분”이라며 “노하우와 기술을 함께 나누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동료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딸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동남아 시장 수출은 물론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한 딸기체험농장에도 도전해 좋은 성과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원경복기자

 
산청군 신등면 딸기하우스 등 드론 항공 전경
산청딸기 이미지
산청 신등면 단계리의 권영민씨가 올해 출하를 위해 딸기 수확 하고 있다
지리산 산청 딸기 서울 농협 하나로클럽 첫 출하 박충기 산청군농협 조합장
지리산 산청 딸기 서울 농협 하나로클럽 첫 출하

 
산청 신등면 단계리의 한 농가에서 권현갑.영민 부자가 올해 첫 수확한 딸기를 선보이고 있다
산청 신등면 단계리의 한 농가에서 올해 첫 딸기 출하를 위해 포장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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