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골엔 작은도서관이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
[기고]시골엔 작은도서관이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12.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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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도 (김해 경운초등학교 전담사서)

요즘 시골은 젊은 사람들이 없다. 시끌벅적한 학교에도 아이들이 줄었다. 시골은 과거에나 현재에도 문화를 누릴 곳이 없다. 음식점은 많으나 작은도서관이나 동네책방처럼 책을 읽거나 토론할 공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작은도서관이 생긴다면 마을과 사람들의 삶과 인문학이 조금은 달라질까?

작은도서관이라함은 공공도서관을 대체하는 관종이 아니라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지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풍경이 되고 삶이 되고 책이 되고 문화가 되는 시골의 작은도서관은 존재 자체만이라도 힘이 되어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서관에서 그 해답을 찾아봐야 한다. 경북 칠곡군 학상리 마을회관에 ‘북 카페 도서관’이 있다.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글과 연극을 배우고 시를 짓고 커피를 내린다. 그 변화의 시작은 도서관이었다. 농사를 짓는 농부지만 배움의 시간만큼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주인을 찾아가는 인문학도이다. 인문학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도서관을 아끼고 가꾸는 생활 그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시골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북 카페와 작은도서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책문화 뿐만 아니라 삶의 문화를 성숙하게 하였다. 밀양 무안면에도 기존 무안면복지센터의 방치된 1층 공간을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 책 읽는 문화쉼터로 탈바꿈시켰다. 수기를 적어도 반납일자를 잘 지켜 주민들의 도서관 이용 문화의식도 높았다. 커피의 가격도 맛도 착하다. 시골 작은 마을에 도서관은 우리 일상에 삶과 문화가 닿아 특별한 곳이 되었다.

이 작은 공간이 가진 풍경은 어마어마한 미래를 그린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문화를 향유하고 책 읽는 인문학이 쌓인다. 한 봉사자는 “방학을 맞아 작은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대학생이나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오는 동네 어르신들을 보면 시골이 풍기는 책의 맛은 달콤하기가 그지없다”면서 자랑했다. 밀양 청도면에 있는 숲속마을 작은도서관의 농부들은 경운기 안에도, 화장실에도, 외출할 때도 책 한 권을 꼭 옆구리에 끼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자연스럽게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배여 농사일에도 항상 책이 있었다. 이를 듯 삶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는 작은도서관은 마을을 지적으로, 이성적으로 사람들을 환대의 공간으로 이끌어 주기에 시골엔 반드시 존재할 이유이기도 하다.

강상도 김해 경운초등학교 전담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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