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파사석탑 어원 이러하다
[경일칼럼] 파사석탑 어원 이러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2.0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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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 (수필가 전 명신고 교장)
 
 
 


넓고도 깊은 바다 속에서 거북이 헤엄치다 해변에 닿아 육지로 나온다. 구릉을 엉금엉금 기어올라 평지가 나오자 어리둥절 한다. 흙을 파고 보물을 넣고 깊은 잠에 빠졌다. 등판은 넓적하며 머리를 길게 내밀고 다리는 모으고 있다. 무심한 사람들은 ‘구지봉고인돌’이라 부르고 등에 구지봉석(龜旨峯石)이라 새겼다. 아직도 거북이 발밑에 묻혀있는 비보를 알지 못한다.

울창한 숲길을 내려와 좁은 문을 들어서면 봉분과 멀찍이 빙 둘러 6단의 돌담을 쌓고 쭉 뻗은 소나무는 담 안으로 줄기를 구부리고 있다. 무덤 전면에는 장대석으로 축대를 쌓고 비석을 가운데 세우고 좌우로 상석을 놓았다. 비문은 오랜 비바람에 겨우 읽을 수 있는 駕洛國首露王妃 普州太后許氏陵(가락국수로왕비 보주태후허씨릉)로 새겼다. 허왕후 시호는 보주태후이다.

시호를 단서로 허황옥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 과연 普州는 중국 사천성 안악현의 옛 이름이며 안악은 양자강변의 도시로 성도와 중경 사이에 있다. 서운향(瑞雲鄕)에는 허씨집성촌과 보주허씨 사당이 있었고, 뿐만 아니라 사당 정문 문설주 위에는 쌍어문(雙魚紋)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허황옥 일행은 양자강 따라 흘러나와 바다를 건너 가락국에 도착했다. 인도 아유타국과 보주를 연결하는 최단 거리는 히말라야 남쪽에 있는 차마고도이다(김병모, ‘허황옥 루트-인도에서 가야까지’의 저자).

능 아래 있는 비각은 지붕 양끝을 들어 올려 착륙하는 학의 날개 모양이며 안에 돌탑이 있다. 세로로 깨어진 2단의 사각형 기단 위에 둥글면서 무늬가 다양하고 색상이 특이한 돌을 쌓았는데 점점 작았다가 커졌다가 맨 위에는 둥글다. 기단은 돌탑의 무게로 상처가 생겼을까.

파사석탑(婆娑石塔) 안내문이다.

수로왕비 허황옥이 48년(수로왕7) 아유타국에서 바다 건너 가락국에 올 때 싣고 왔다고 전해진다. 탑은 6층이고 돌에 붉은 빛 도는 희미한 무늬 같은 것이 남아있다. 신농본초에 닭 벼슬 피를 떨어뜨려도 스며들지 않고 굴러 떨어졌다는 탑이라 신비를 더하고 있다. 파도를 진정 시켜준다는 신령스런 탑으로 진풍탑(鎭風塔)으로 불린다. 호계사에 있었으나 절이 폐사되자 수로왕 비역으로 이동했다가 영구 보존을 위하여 이곳으로 옮겼다.

석탑이란 석재를 여러 층 쌓은 것으로 탑이라도 하는데 석가탑의 ‘석가’는 석가여래상주설법의 줄임이다. 파사석탑의 ‘파사’는 무엇일까?

불경이나 고대인도 문학을 기록하였던 범어로는 바사석탑이다. 바(bha)는 유(有)이며 사(sa)는 체(諦:진실한 도리)이다. 바사는 유체(有諦)로 일체의 지혜가 현증(現證)한다는 뜻이다. 바사를 한자음으로 차용하여 파사(婆娑)로 된 것이다.

진풍탑이라 한다. 예나지금이나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공기의 이동이며 바람이 진정 되었다는 것은 공기의 밀도가 평형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돌을 쌓은 상태로는 무게중심이 높아져 배를 불안하게 된다. 파사석탑 개개의 무게를 측정하고 항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도 바람직하다. 파사석탑의 돌들을 배의 아래에 두고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수로왕과 허왕비는 10남 2녀를 두었다. 첫째는 세자로 둘째 셋째는 허씨 성을 주었다. 허왕후 같은 배를 타고 온 남동생 허보옥은 가락국에 도착하여 스님이 되고 법명은 장유화상이며 7왕자를 데리고 입산한다. 출가를 허락한 것은 형제끼리 왕권 다툼을 예방하는 차원이 아니었을까.

의령 신덕산 수도사 아래 ‘김수로왕 7왕자 수행처 七王沼(칠왕소)’가 있다. 마침내 지리산 칠불사에서 정진한다. 허왕후는 아들들을 보러왔다가 저녁녘에 도착해 어름골, 산문 밖에서 쫓겨나 거처했던 천비촌이라는 지명을 남기고, 부처가 돼 승천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영지도 있다. 왜 깨달음과 동시에 열반했을까? 풀어야할 과제는 많건만 벌써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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