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공천이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천이라는 뜻은 ‘여러 사람이 합의해 추천하거나 공정하고 정당하게 추천한다’고 사전에 나와있다.
16년 전 밀양시장 선거 이야기다. 한나라당 깃대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이 지역에서 하위권이던 열린우리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 역전승을 거두는 이변이 일어났다. 당시 이 결과를 두고 지역정가에서는 밀양 선거사의 반란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의 패배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도 나왔다. 이 중에 후보의 각종 루머가 패인으로 한몫 했지만, 사실 국회의원의 밀실공천과 사천(私薦)이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왜 이런 논란이 있었을까. 상황을 돌이켜보면, 보수성향의 지역 특성상 한나라당 공천은 당선을 담보하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한나라당 후보를 뽑는 예선전이 본선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공천을 놓고 3명의 후보가 치열하게 예선전을 벌였다. ‘1강 1중 1약’의 판세라고 일각에서 분석했다. 한 지역주간지에서 몇 차례 공표한 여론조사에서도 ‘1강’의 후보와 ‘1중’의 후보간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경선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1중’의 후보가 ‘1강’의 후보를 0.078%p 의 아주 근소한 차이로 공천권을 따낸 것이다. 소수 둘째 점 차이로 승리한 ‘1중’의 후보에게 공천권이 돌아가자, 이 때부터 민심은 싸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공천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회의원이 특정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조작해 밀실공천이 이뤄졌다’는 소문은 통제되지 못하고 지역에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결국 이 영향으로 본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민심의 외면을 받으면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 유권자들이 ‘떼어 놓은 당상이라도 민심을 외면한 밀실공천 사천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후 이처럼 민심을 이반하는 행위는 정가에서 금기시 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1월 30일 의령에서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정후보에 대한 공천은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선거 치를 때도 ‘내가 공천된다’고 주위에 자신 있게 이야기 하고 다녔다”며 그럴 수 있다는 듯한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조 의원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사천논란의 빌미를 제공하는 예비후보들에게 입 단속은커녕,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듯한 인상이다. 심판으로서 공정한 잣대가 필요한 국회의원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조 의원도 ‘공천’으로 인한 뼈아픈 과거가 있다. 3선을 목전에 둔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른바 친이계이자, 친유승민계로 분류돼 컷오프된 적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는 한 방송토론회에서 “역대 최악의 밀실 공천이고 보복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조 의원은 낙선하면서 밀실공천 보복공천의 폐해를 절감했다.
국민의힘이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공정과 정의’다. 선거에서 공천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조 의원은 지역정치인들에게 “실력으로 입증하고 공정하게 검증을 받으라”라고 말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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