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세계 경제시스템의 위기
[경일시론]세계 경제시스템의 위기
  • 경남일보
  • 승인 2022.03.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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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시스템을 뒤흔들고 있다. 세계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만으론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팬데믹이란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영향이 강력하고 분야와 범위도 넓다. 보건의료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심각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와 대항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의 경제시스템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중심인 미국과 유럽의 사정이 말이 아니다. 미국은 ‘셧다운(일시정지)경제’, ‘록다운(제재 및 폐쇄)경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과 소비 위축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았다. 이동이 막히면 소비는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서비스업은 그야말로 ‘동결’상태다. 월가는 대공황을 연상케 할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가동을 멈추거나 줄이는 공장도 속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경제 자체가 셧다운이나 록다운 된 상황이 된 것이다. EU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Schengen)조약에 따라 코로나 위기 초반에는 국경을 열어뒀지만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경을 제한적으로 닫았다. EU차원의 대책과 지원도 엄두를 못내고 있다. 개별 국가가 자국에서 벌어지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다만 보건의료 강국인 독일의 병원들이 병상 부족에 시달리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환자를 비행기로 이송해 받고 있다.

코로나 위기는 그동안 전 세계로 확산하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가 위협받고 권위주의와 감시사회로 옮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철저한 주민 통제와 도시 봉쇄, 드론 등을 이용한 주민 감시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식 방역모델은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방식이다. 이와 함께 중국을 비롯한 저임금국가와 지역을 ‘세계의 공장’으로 운영하면서 전 세계가 혜택을 누려온 ‘글로벌 공급체인’도 재평가 받을 위기에 처했다. 중국의 통제 및 봉쇄적 방역시행으로 인해 각종 부품이동이 중단되거나 연기되면서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망의 글로벌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이 각국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소비상품의 물가가 치솟고 기업이익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개별 국가에서 심각한 고용감소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마스크와 방호복, 인공호흡기를 비롯한 코로나19 대응 의료 방역물자가 새롭게 ‘전략물자’가 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주로 중국산에 의존하다가 중국에서도 물자가 부족해지면서 세계 각국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세계 각국이 보건의료와 방역 관련 물품을 자급하려는 노력이 확산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물러가더라도 보건의료 관련 물자의 자급기조는 바뀌지 않을 조짐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물자를 다른 나라에 의존할 수 없다는 여론 속에서 각국 정부는 경제논리가 아닌 안보 및 정치논리로 이 사안에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식량문제도 같은 차원에서 안보와 직결된 전략물자로 취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글로벌화와 글로벌 공급체인에 의존하던 경제체제가 한바탕 재편되는 홍역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화의 수혜자였던 항공 및 여행산업은 상당기간 침체를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파산 사태를 피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국적 항공사를 국영화하는 강수를 둘 조짐도 보인다. 각국 정부가 기업과 가계에 직접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는 상황도 이젠 전 세계에 일반화할 조짐이다. 자본주의를 받쳐왔던 여러 기준들이 경제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어떤 상황으로 갈지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화도, 민주주의도, 자본주의도 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적응하는냐 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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