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이웃을 물구덩이로 삼으면
[천왕봉] 이웃을 물구덩이로 삼으면
  • 경남일보
  • 승인 2022.06.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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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백규(白圭)란 사람이 “나의 치수(治水) 실적이 우왕보다 낫다”고 교만을 떨었다. 맹자가 나무랐다. “우 임금은 아래로 흐르는 성질을 따라 물을 다스렸다. 해서 바다를 배수장으로 삼았지만 그대는 이웃 나라를 물구덩이로 삼고 있다(이린위학 以隣爲壑).” 비록 둑을 잘 쌓아 홍수를 막긴 했지만 옳은 도리가 아니었다는 질책이었다.

▶남에게 끼칠 손해는 아랑곳않고 제 이익만 챙기는 경우에 흔히 쓰는 사자성어다. 맹자의 이 성어가 문득 생각난 건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다. 17개 광역시장과 도지사만 놓고 볼 때 여당인 국민의힘은 12곳을 차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겨우 5곳을 이기는 데 그쳤다. 여당 압승이고 야당 참패다.

▶이번 선거의 전국적 관심은 지난 대선에 패한 이재명 후보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였다. 대선 치른 지 석달도 안 되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온당하냐는 논란이 있었던 거다. 비록 보궐선거에서 이기긴 했지만 야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민주당은 죽고 이재명만 살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의 출마와 지방선거 성적표를 엮는 평가다. 이웃을 물구덩이로 삼았다는 것.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들고 나와 제주도와 경기도에선 아우성이었지만 도지사 선거는 둘 다 이겼다. 때문에 이재명을 비난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선거 참패를 놓고 이재명에 대한 민주당 내에 회오리가 거셀 거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제 이끗만 챙겼다는 비난이 합당한지는 모르겠지만 남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건 인간 사회 어디에서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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