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21세기 식탁
[경일춘추]21세기 식탁
  • 경남일보
  • 승인 2022.10.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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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설 (숲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정은설 숲교육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과일장을 보려 농산물 도매시장에 가보면 이름도 생소한 과일들이 해마다 새로 나오는 듯 하다.

계절에 영향을 덜 받고 기후변화에 적응하여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신품종의 개발이 과일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가을을 대표하는 과일들 중에서 포도는 샤인머스캣, 단감은 태추단감, 사과는 시나노골드 등 여러 품종을 교배한 탐스러운 먹거리들이다.

이 품종들은 연한 육질과 고당도에 씨가 없거나 적어 먹기 좋은 형태로 우리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아이들은 더 이상 머루나 홍시, 홍옥, 아오리 같은 시고 달고 텁텁한 맛의 과일을 먹으려 하지도 않는다.

요즘에는 남부지방의 농산촌 들녘 하우스에서 한라봉 같은 오렌지나 귤 등이 생산이 되지만 과거 우리지역에는 단성감이나 왜감이라고 부르는 대봉감 등이 시골아이들의 먹거리를 역할을 했다. 잘 익은 단성감을 반을 갈라 한입에 물면 가끔 도회지에 여행을 다녀온 부모님께서 사오신 귤처럼 먹기 좋을 크기로 잘라져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귤보다 시골 감나무에 달려 있는 감이 더 좋다고 생각했었다.

세대의 변화. 21세기 식탁의 변화이다. 가을이면 아이들과 산야에서 야생콩과 새팥, 야생녹두를 채취해서 약밥을 만들어 먹는다. 우리나라는 콩으로 단백질을 섭취하고 살아 온 민족으로 전 세계에서 콩 종류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이고 된장과 간장이 발달한 이유다.

야생 콩은 병충해를 거의 입지 않는다. 최적화 된 환경에서 강한 면역력으로 스스로 자라기 때문이다. 이 야생 콩들이 중간 콩을 거쳐 병충해에 약해지고, 농약을 치지 않으면 제대로 수확이 이루어지지 않는 재배 콩이 된 것이다.

작고 여문 토종식물은 돌보지 않아도 어디서나 자란다. 크기는 작지만 재배종보다 더 많은 영양분과 번식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재배 콩에는 없는 사포닌 성분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 맛과 효능도 탁월하지만 수확을 해서 상품화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자연에 순응하지 않는 개발과 조작으로 우리는 편리한 많은 것을 얻었지만 또한 잃은 것도 많을 것이다.

몬산토의 GMO 작물들까지 가지 않아도 이제 우리에게 친숙한 먹거리 대부분이 품종개발, 유전자변형을 거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품종을 개발하고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 지금 당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식량산업 일 수는 있겠지만 씨가 없는 열매나 농약을 쳐야지만 생존하는 곡식들로 이루진 21세기 우리 아이들 식탁은 과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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