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실수에 애타는 시골농협…남해 이어 합천농협도
클릭 실수에 애타는 시골농협…남해 이어 합천농협도
  • 김상홍
  • 승인 2022.12.12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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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미취급' 체크 안돼 온라인 풀려…고금리 정기적금 '후폭풍'
남해축협에 이어 합천농협에서도 고금리 정기적금 상품을 판매했다가 감당할 수 없는 예수금이 몰리면서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12일 합천농협과 조합원들에 따르면 합천농협은 지난 5일 최고 연 8.5%~9.7%의 금리를 적용하는 특판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최대 가입금액이 제한 없고 비대면으로 다수계좌개설이 가능했다. 당초 합천농협은 200억원을 한도로 조합원과 주민들에게 판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직원이 상품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비대면 미취급’을 클릭하지 않아 온라인을 통해서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상품 출시 하루 만에 서울, 경기, 부산, 인천 등 전국에서 3000여명의 고객들이 몰려들어 많게는 한사람이 8~10개 적금에 가입해 총 1180여 억원이 신청됐다. 목표금액의 6배 정도이다.

이로 인해 합천농협이 만기 시 감당할 이자가 최대 100억원에서 최소 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상효 합천농협 상임이사는 “조합원과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상품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했다”면서 “현재까지 약 20% 정도의 적금이 해지된 상황이며 고객이 해지를 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금 만기 시 이자를 지급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농협이 안정되기를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합천농협은 6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수습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태의 불똥이 조합원과 주민들에게 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적금 해지가 안 될 고객에게는 만기 시 이자 지급을 할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많은 이자를 해결한다 해도 정신적·금전적 피해가 고스란히 조합원과 주민들 몫이기 때문이다.

조합원인 주민들의 손해가 난 셈인데 농협은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조치도 신속히 하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주민 김 모(65·합천읍)씨는 “많은 주민들이 무슨 일인지 당황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지역 대표 농협으로 오랜 시간 함께 했는데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합원 이 모(합천군 봉산면)씨는 “이번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지금까지 조합장과 임원, 누구도 사과 한마디 없다”며 “조합원과 주민에게 최소 몇십억원의 피해를 입힌 사람은 법적 책임은 아니더라도 도의적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합천농협 사태에 금융당국도 점검에 나섰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7일부터 지역 조합이 기본금리와 우대금리를 합쳐 연 5%이상의 예·적금 상품을 팔 경우 중앙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 또 금융감독원도 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모든 상호금융업계에 특판 금리나 한도 등과 관련해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지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합천농협은 지난 1973년 설립해 조합원 2450여명, 총자산은 2800억원으로 본점과 4개 지점, 1개 하나로마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상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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