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0]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0]
  • 경남일보
  • 승인 2023.01.04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끼’와 아랑곳한 이야기(1)
범처럼 튼튼하고 힘차게 지냈으면 바랐던 지난해였는데 어느새 새해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토끼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토끼’와 아랑곳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먼저 토끼의 말밑(어원)을 알아보겠습니다. 토끼의 말밑을 두고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한자 ‘토끼 토(兎)’에서 온 한자말이라는 것과 옛날에 ‘톳+기’라고 하던 것이 토끼로 바뀐 토박이말이라는 것입니다. ‘말밑(어원)’을 가지고 어떤 것이 틀림없이 맞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토끼라는 말의 말밑도 그렇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토끼가 토박이말이라고 하고 저도 그 풀이가 더 그럴듯하다는 생각입니다.

토끼는 크게 ‘멧토끼’와 ‘집토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토끼는 뫼(산)에서 살았습니다. 그런 토끼를 멧토끼라고 불렀으며 오늘날 집에서 키우는 토끼를 ‘집토끼’라고 합니다. 집토끼는 굴을 파고 살기 때문에 굴토끼라고도 하는데 집에서 토끼를 키운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토끼’가 들어간 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토끼가 들어간 말 가운데 ‘토끼다’가 있습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도망가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말 유래 사전’에서는 ‘토끼다’가 ‘토끼+다’의 짜임인데 토끼가 잘 달리는 특성에 빗대어 그런 뜻을 지닌 움직씨(동사)가 되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토끼가 들어간 말 가운데 여러분이 잘 아시는 말 토끼띠, 토끼눈, 토끼잠이 있습니다. 토끼띠는 올해처럼 ‘토끼해에 태어난 사람의 띠’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토끼눈은 ‘어떤 까닭으로 빨갛게 되거나 동그랗게 커진 눈을 빗대어 이르는 말’인데 빨간 빛깔을 가진 동그란 토끼의 눈을 보고 만든 말임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토끼잠은 ‘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을 뜻하는데 이것도 토끼가 잠을 그렇게 자는 것을 잘 알고 만든 말이라고 하니 놀랍고 슬기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끼뜀도 있습니다. 토끼뜀은 ‘두 손으로 귀를 잡고 쭈그리고 앉은 채 토끼처럼 뛰어서 감. 또는 그런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토끼풀도 다들 잘 아실 텐데 흔히 클로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풀을 토끼가 엄청 좋아해서(잘 먹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죠? 그런데 참일(실제)로 토끼에게 안 좋은 게 들어 있어 주면 먹기는 하지만 토끼 몸에는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에게 조금은 낯설 수도 있는 토끼날과 토끼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토끼날은 음력으로 한밝달(1월) 첫 묘일(卯日)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날 여자가 남의 집에 드나드는 것을 꺼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날 새로 뽑은 실을 토끼실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주머니 끈 따위에 차면 그해에 나쁜 기운이 물러가고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합니다. 토끼해인 올해 이런저런 토끼와 아랑곳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지 싶습니다. 오늘 알려드린 것들을 가지고 둘레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시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