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가짜 밍크 코트
[경일춘추]가짜 밍크 코트
  • 경남일보
  • 승인 2023.01.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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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희 진주 갈전초등학교장
변진희 진주 갈전초등학교장


설날이 지나갔다.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가족 친척이 몇 년만에 만나는 것이어서 우리는 어느 해 보다도 기뻤다. 친척 가족의 만남에서는 서로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며 즐거운 명절을 보냈다. 그날 친정 올케언니가 ‘진짜 밍크가 아니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내게 재질이 부드러운 밍크 조끼를 주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나를 위해서 올케는 종종 예쁜 옷을 물려준다. 명절 전후로 TV홈쇼핑에서는 채널마다 의류 판매로 화면을 뜨겁게 달군다. 그중 반질반질한 진짜 밍크 의류가 설날 고생한 며느리와 아내에게 선물하라는 듯 소비자를 유혹하기도 한다.

나는 언젠가 TV다큐멘터리에서 옷이 넘쳐나 수출할 곳도 마땅히 찾지 못해 라벨도 떼지 않고 바로 소각되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옷의 소재가 되는 가죽을 제공할 밍크의 잔인한 사육장면이 오버랩 돼 채널을 돌렸다.

복장은 단순히 어떤 옷을 입는 행위가 아니라 복장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행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자신의 부를 상징하는 것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밍크코트가 대표적이다. 요즘도 밍크코트를 혼수품으로 장만해 가는 경우도 많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모피로 만든 밍크 의류가 한 점 있다. 한 삼 십 년 전 쯤에 우연히 장만한 것이었는데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차마 옷장에서 꺼내 입을 자신이 없어서 꼭꼭 숨겨 두었다. 그런 내가 올케에게 물려받은 가짜밍크 옷을 입고는 당당히 출근을 했다. 직원들이 인사말로 “어머 예쁜 코트네요. 메이커가 이디예요?”. “가짜예요, 가짜”. “요즘은 가짜가 더 진짜 같습니다” 흔한 대화가 오갔다.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동물들은 감정도 없고 통증도 느끼지 못한다고 치부하며 사람들은 죄의식을 덮으려 합리화 한다’고 묘사하고 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표현을 왜 쓸까? 그것은 동물이 말을 못하는 약자이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동물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밍크코트를 입어야만 부자로 보이고 멋져 보이는 사회 분위기는 이제 사라져야한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이 보이는 합성섬유를 만들어 내는 신기술이 내 곁에 와 있는데 굳이 살아있는 동물을 잡아서 가죽을 벗겨 걸치고 다녀야 할까. 부자도 아니지만 동물을 죽여서라도 밍크 옷을 입는 졸부는 되기 싫다. 이제 동물도 보호하고 유행에 뒤지지도 않게 깔끔한 복장을 입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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