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 문화재청 선정 관아프로그램 진주교방음식
[경일춘추] 문화재청 선정 관아프로그램 진주교방음식
  • 경남일보
  • 승인 2023.02.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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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조선시대 ‘관청’은 음식을 주관하는 곳이었다. 궁중에는 사옹원이 있었고 진주성에는 관청이 있어 모든 식생활을 관장했다. 오늘날 정부 기관을 관청이라 하는 것은 식생활이 그만큼 중요했고 관아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관청 중에서도 전문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반빗간은 ‘관주’였다. 물건을 구입하는 수노, 채소밭을 경작하는 원두한, 힘을 쓰는 일은 취사병, 미찬(美饌)은 기생들이 차렸다.

1884년 진주성을 방문했던 미국 대리공사 조지 포크는 상을 차려 객사에 들어온 진주 기생들의 지저분한 손을 지적했다. 급작스레 방문한 서양인 관리에게 부랴부랴 큰 상을 차려 올렸던 기생들은 단장할 겨를조차 없었던 모양이다. 전기도 가스도 없던 시대, 반빗간 일은 여간 고되지 않았을 것이다. 착취를 견디다 못한 기생들이 상소를 올리기도 했다.

관비와 관기는 구분을 넘나들었다. 조선시대 관비안(官婢案)에는 기생과 관비를 같이 적었다. 초선, 도화, 영선월 같은 이름이 기생이다. 정조시대 추노제도가 폐지되자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도망친 기생들도 많았다.

교방음식이 차려지는 공간은 관아와 양반가의 후원이었다. 양반들은 잔치가 있을 때면 관아에 단자(單子)를 보내 관기들을 청하였다. 기생들은 자연스레 귀족의 음식문화를 배우고 익혔다.

중앙 관리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는 진주 관아의 음식은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기며 누정문화의 꽃을 피운 진주 양반들과 수많은 진주 기생들이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발달했던 고급 접대식이다. 바다와 산이 만나 물산이 풍족했던 진주에서, 양반과 기생이라는 상반된 신분이 같이 창출해 낸 아트 푸드다.

문화재청이 발간한 ‘관아프로그램 활용 개발 보고서’에는 관아문화를 활성화시킨 사례로 ‘진주교방음식’을 꼽고 있다. 필자가 차린 화려한 ‘진주 교방꽃상’이 성공 모델로 제시돼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교방음식은 무궁무진한 스토리텔링의 소재다. 진주 관아의 문화와 접목시킨다면 더 풍부한 소재를 창출할 수 있다. 진주, 경상우도, 더 나아가서는 조선을 예능으로 수놓았던 진주기생들의 솜씨가 더해진 결과다. 진주의 교방문화를 총체적인 예술 인프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잔칫상이 필수로 선행돼야 한다. 부디 지자체의 집중적 관심과 적극적인 추진력이 뒷받침돼 과거 진주가 지녔던 찬란한 영예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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