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인권경영' 릴레이 기고 [9]김일환 국토안전관리원장
'윤리인권경영' 릴레이 기고 [9]김일환 국토안전관리원장
  • 경남일보
  • 승인 2023.06.1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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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근절과 이심전심
 
갑(甲)은 ‘갑을병정…’ 10간(干)의 맨 앞자리에 나온다. 12지(支)와 더불어 육십갑자를 구성하는 10간의 선두에 있으니 영예로워야 할 ‘갑’에 어느 때부터인가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졌다. 계약서 등을 쓸 때 발주자나 고용주처럼 상대적 우위에 있는 쪽을 ‘갑’으로 칭한 게 시작이었을 것이다. 협력업체나 근로자처럼 상대적 약자인 ‘을’의 권리의식이 강화되면서 ‘갑’이라는 표현에 대한 거부감도 덩달아 커진 측면이 있다.

근래 들어 계약의 당사자를 ‘갑’과 ‘을’로 구분하는 관행은 많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갑’이라는 표현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더니 급기야 ‘갑’ 뒤에 어떠한 행동을 부정적으로 일컬을 때 사용하는 ‘~질’이 따라붙으면서 ‘갑질’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사전에 ‘갑질’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자 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 이라고 돼있다. 부정적인 뉘앙스가 가득 담겨 있다.

‘갑질’이라는 달갑지 않은 표현이 논란이 되는 대표적 분야가 직장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은 직급과 직위가 다른 구성원들이 모여 있다 보니 ‘상대적 우위에 있는 자’와 구분이 확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위 직급자들에 비해 자기 주장과 권리 의식이 강한 젊은 층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것도 ‘직장 갑질’이 자주 이슈가 되는 배경일 것이다.

2019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는 갑질의 유형이 부당한 인사 지시, 비인격적 대우, 사적 이익 요구 등으로 적시돼 있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유형의 지시와 요구가 ‘부당’하거나 ‘사적’인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상당 부분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정당한 업무지시가 갑질로 오해받을 여지가 다분한 것이다. 이러한 하소연은 갑질 문제로 지적받거나 비판받을 때가 상대적으로 많은 상위 직급자들한테서 자주 나온다. 적잖은 세월을 개인의 권익보다는 조직의 이익을 우위에 두고 생활해온 중장년층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갑질근절’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없던 갈등이 새로 생기기도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렇다면 이처럼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갑질’을 어떻게 개선하고 근절시킬 것인가. 정답은 충분한 이해와 ‘이심전심’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에서의 갑질 문제는 무슨 캠페인이나 목표 설정만으로 개선하고 근절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작게는 개인의 가치관에서부터 크게는 사회의 변화와 세대 간 갈등까지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따라서 갑질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참여와 노력이 중요한데, 이심전심은 이를 위한 매우 유용한 수단이자 목표가 될 수 있다. ‘이심전심’은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뜻이 통한다”는 뜻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합리성을 추구하면서 구성원과 조직이 함께 발전하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함께하는 발전’의 출발점이 바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라고 본다. 그러한 점에서 이심전심이야말로 ‘갑질’이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최고의 비법이 될 것이다.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여느 해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올 여름을 개인과 조직 모두가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기고 참여 기관(13개)

△경남도교육청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주택관리공단 △경상국립대학교병원 △경상국립대학교 △한국저작권위원회 △경남도청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국토안전관리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국방기술품질원 △창원시청 △한국남동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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