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까마귀의 공격
[천왕봉] 까마귀의 공격
  • 경남일보
  • 승인 2023.06.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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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를 불길한 새로 여기는 건 죽음과 연관 짓기 때문이다. 초상난 데나 무덤 짓는 곳을 기막히게 알고 찾아와 까악까악 우는 새. 그 울음소리에 퉤퉤퉤 침을 뱉는 것도 ‘죽음의 전령’에게 보내는 혐오감일 테다. 신라 비처왕이 자기를 배신한 남녀를 죽인, 삼국유사의 사금갑(射琴匣) 설화도 까마귀 울음이 실마리다.

▶잊음이 헐한 이더러 ‘까마귀 고기를 먹었느냐’고 한다. 그러나 ‘까먹다’와 닮은 이름 때문일 뿐 우리네는 그 고기를 먹지 않았다. 검은 깃과 울음소리의 불쾌감 때문에 애완(愛玩)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까마귀를 탐하여 겨눌 까닭이 없는 거다. 그러니 까마귀 또한 사람이 두려울 리 없다. ‘까마귀 활 보듯 한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인간은 그 새가 적대시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 까마귀가 도심지에 날아와 사람을 해코지하는 일이 잦다는 보도다. 행인의 머리를 쪼아 119구급대에 실려가게 하고(5월 23일 서울 노원구), 쓰레기 버리던 사람이 3마리의 협공을 받고 달아나다 넘어져 뼈를 다쳤다(3월 부산 강서구). 이밖에도 까마귀 관련 민원이 올 들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최근 프로골퍼가 까마귀의 방해로 경기를 망치기도 했다. 고인성은 지난 9일 KPGA 선수권 중 까마귀가 공을 물고 가버려 흐름이 끊긴 탓에 컷 통과에 실패했다. 이날 김근우도 같은 일로 예선 탈락했다. 참 희한하고 황당한 일을 다 본다. 대보름날 약밥도 지어주던 인간들이 근래 무슨 약이 된다며 까마귀 고기를 먹는 데 대한 반격일까. 까마귀 혐오에 맞장뜨는 미물의 앙갚음인가.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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