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보다 많은 실여급여 “누가 일하나”
월급보다 많은 실여급여 “누가 일하나”
  • 박철홍
  • 승인 2023.06.20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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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업급여 받은 28%, 세후임금보다 더 많이 받아
1년미만 최소한 근무…급여 받을땐 형식적 구직활동만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쉬면서 실업급여 받는 게 더 낫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를 받은 임금 근로자 중 28%가 실업급여로 받은 돈이 일할 때 실수령액보다 더 많았다.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163만여 명 중 45만여 명에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또 지난 5년간 3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계속 증가했다. 2018년 8만2000명에서 지난해 10만2000명까지 늘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180일 이상 근무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등의 귀책 사유 없이 비자발적으로 실직하면 받을 수 있다.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구직 활동을 하는 동안 생활 안정을 위해 지급하는 사회 보험이다. 직장에서 해고당한 근로자를 돕는다는 좋은 취지의 제도지만, 일하지 않아도 돈이 나오기 때문에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고용시장에선 중소기업 사장과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본인이 원해서 일을 그만두는 데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고한 것처럼 해달라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실업급여를 자주 받기 위한 꼼수도 생겨나고 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만큼만 최소한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실제 실업급여 수급자 중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비율이 늘고 있다. 실업급여를 타려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 가입 기간이 1년 미만인 사람의 비율이 2018년 14%에서 2022년 17%로 증가했다. 한 자영업자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딱 6개월 일한 뒤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타 가려고 4대 보험 적용 등 각종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구직 활동을 해야 하는데 형식적으로 지원서만 내고 면접에는 가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구직활동 증거로만 서류를 접수하는 일명 ‘무늬만 구직자’들이다. 중소기업이 채용 공고를 내면 서류 제출만 하고 면접에 나타나지 않거나 언제부터 일하러 오라고 하면 ‘다른 일이 생겼다’며 안가는 식이다.

이같이 실업급여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만큼 제도 개혁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업급여는 현재 평균 임금의 60%를 주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액이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최저임금의 80%를 실업급여로 지급한다. 이 하한액 기준을 적용받는 사람은 119만여 명으로,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의 73%나 된다.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30일) 기준으로 184만7040원이다.

경상국립대학교 민상홍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실업 급여가 구직을 촉진하는 원래 취지를 살리려면 실업급여 하한액과 최저임금의 연동을 끊거나,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60% 정도로 낮춰야 한다”며 “반복수급을 막기 위해서는 수급 횟수에 따라 구직급여액을 감액하고 급여일수를 단축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철홍기자 bigpe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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