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문 화백 9년만의 개인전 ‘소와 함께한 80년’
최태문 화백 9년만의 개인전 ‘소와 함께한 80년’
  • 백지영
  • 승인 2023.06.2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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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부터 창원 문화대장간 풀무
한평생 그려온 소 그림만 어림잡아도 2000점. 여든을 훌쩍 넘은 원로 화백이 지치지 않고 달리게 하는 원동력은 뭐였을까.

경남 미술계의 큰 어른 우촌 최태문(83) 선생이 9년 만의 개인전에 나선다.

문화대장간 풀무갤러리는 내달 1일부터 15일까지 우촌 최태문 초대전 ‘소와 함께 80년’을 개최한다. 풀무갤러리는 경남도가 창원산단 제3아파트형공장 복지동에 조성한 소규모 갤러리로, 지난 3월부터 한국예총경남연합회(경남예총)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경남예총이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제8대 경남예총회장을 맡는 등 살아있는 역사로 꼽히는, 우촌 최태문 화백을 초대하면서 성사됐다.

경남예총 관계자는 “역대 회장 중 지금까지도 붓을 들고 의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몇 안 되는 원로 작가”며 “미술계에서 누구나 아는 최 화백의 전시가 풀무 갤러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한동안 단체전에만 작품을 출품했던 최 화백이 9년 만에 개최하는 개인전이다. 그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소 그림 30여 점을 선보이는데, 대부분이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공개하는 신작이다.

최 화백은 “나이가 들수록 작품을 낼 때마다 어떤 부분에서 변화를 줄지 등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며 “이번 전시에 내놓는 작품 대부분은 소를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거나 간단한 선에 필력을 담아 완성하는 등 ‘요즘’ 그림들이다”고 했다.

붓을 잡은 지 60여 년, 전업 작가로 한평생 달려온 그에게 오랜 세월 그림은 가족을 부양하게 해주는 존재였다. 다른 생업이 있어 남는 시간 원하는 작품을 그리면 되는 겸업 작가들과 달리, 그에게 작품 활동은 가정을 위해 팔리는 그림을 그려야 했던 처절한 생존 그 자체였다.
우촌 최태문.
우촌 최태문.

 

“가장으로서 정말 애절하고 간절하게 그림을 그려왔어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그림을 공부하고 부지런하게 그렸다는 것 하나만은 자부할 수 있습니다.”

자녀들이 성장해 대학에서 졸업하고 결혼까지 하면서, 가장의 굴레에서 벗어난 그는 비로소 ‘팔리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육체는 혈기 왕성했던 젊은 시절과 견주기 힘들겠지만, 작가 정신만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하다.

뮤즈는 여전히 소다. 변변찮은 놀거리가 없던 어린 시절, 놀이터 대신 들리곤 했던 외양간에서 매료된 생명체. 그에게 제1회 경남미술대전 최고상을 안겨 주고, 전업 작가로서 기틀을 닦을 수 있도록 해준 존재.

최 화백은 “그리면 그릴수록 소는 영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지금껏 소 그림만 2000점 이상 그렸다 보니 이제는 소를 보면 그 희로애락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소와 가까워졌다”고 했다.

전시에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또 다른 1000점을 그려내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구도를 잡고 작품 제작에 매진하는 작가의 땀방울이 녹아있다.

조보현 경남예총 회장은 “최 화백의 작품을 마주하면 기개했던 젊은 날의 기억과 치열했던 순간, 한없이 사랑했던 이야기가 가슴에 피어난다”며 “근육질의 소들은 그 힘이 천하를 덮을 것 같으면서도 치열한 경쟁 속 외로움이 아련한 눈빛으로 질문한다”고 밝혔다.

무료 전시. 작가와의 대화 7월 1일 오후 1시. 운영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 오전 10시~낮 12시. 문의 055-281-6825.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우촌 최태문 작품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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