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차별과 혐오 넘어 평등과 존중의 사회로
[여성칼럼]차별과 혐오 넘어 평등과 존중의 사회로
  • 경남일보
  • 승인 2023.06.2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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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자신들을 페미니스트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입니다. 동성애자들이에요.” 이번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예산추경안 상임위에서 정규헌 도의원 발언한 내용의 일부이다. 정 의원은 경남도교육청의 성폭력예방자문협의체 위원 중 3명의 실명과 소속 단체를 거론하며 경남도교육청의 성교육에 대해서 비난했다. 젠더교육과 동성애 찬양을 하는 교육을 한다, '해당 위원들은 윤석열 퇴진운동에도 참여하는 사람들이고, 창원간첩단과 연관이 있다'며 현 정부와 반대입장을 가져 문제라는 자신의 생각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며 추경안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 정규헌 도의원은 자신의 위치에서 서슴없이 페미니스트와 성소수자를 혐오했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그의 발언을 규탄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몇 년 전, 중학교 성평등 교육에서 “선생님, 페미니스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내가 페미니스트인데 왜요?”라고 물으니 답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그 학생들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비난을 나에게 하고 싶었는데, 앞에다 두고 말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강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람을 앞에다 두고 혐오발언을 이어가는게 쉽지 않지만 상대보다 나에게 권력이 확실히 기울어 있다고 느꼈을 때는 거리낌 없이 행하는 것 같다.

페미니스트는 모든 종류의 억압과 차별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인식이며 평등을 위해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은 귀하다는 것을 전제로 그 가치를 실현하고자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고 있다. 이러한 페미니스트가 성교육을 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그런데 차별주의자들은 귀를 열 생각이 없다. 제대로 알고 싶지도 않은 그들은 오직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권력의 주류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대상을 탄압하고, 저격하는데 ‘페미니스트, 동성애자, 간첩’은 한 모둠이 되었다. 이 모둠은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서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어왔기에 우리 사회의 인권운동 의제에서 빠지지 않고 이어왔으며 꽤 발전해왔다. 하지만 언제나 권력자들의 목적을 위해 쉽게 탄압의 대상으로 소환되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그 억압의 고통을 기억하고 있기에 탄압의 대상과 거리를 두고 싶다. 그렇게 진보세력을 위축시키려는 그들의 목적은 달성되어 왔다.

이번 정부 들어 이러한 탄압은 아주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노동, 농민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 지우기에 앞장 서 왔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차별과 배제의 정치는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혐오에 권력이 더해지면 차별과 배제는 더욱 강력해진다. 차별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루어 차별과 혐오가 심하면 차별과 혐오에 노련해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차별과 혐오가 보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불편하더라도 부단히 차별과 혐오를 마주해야 한다. 바로 지금이 그럴 때이다. 불평등을 마주하지 않고서는 평등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개인주의는 우리 사회를 점점 퇴행시킬 것이며 고통은 우리 모두에게 연결된다.

공적인 영역에서 공공연하게 인권이 유린 되고 차별이 당연하게 이어지는 현실을 두고만 보지 말자. 좌우를 떠나 사람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인권의 관점으로 바라보자. 평등주의자가 많아진다면 차별주의자들의 힘은 약해질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선하고 정의로운 민중의 힘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차별과 배제의 정치로 탄압을 일삼는 권력에 맞서 연대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볼모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독선에 맞서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유일하게 평등하게 주어진 우리의 투표권을 가지고 보여줘야 할 것이다. 평등주의자 정치인을 많이 만들어 평등과 존중이 당연한 사회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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