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생, 다시 한 번 기회를
[기고]인생, 다시 한 번 기회를
  • 경남일보
  • 승인 2023.06.2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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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국 진주시의회 윤리특별위원장
신현국 의원


굶주림에 지친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다고 무려 19년간 감옥생활을 한 사람이 있다.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인 장발장이다.

고된 옥살이 후 감옥에서 겨우 벗어나, 남루한 모습을 한 그에게, 세상 사람들은 너무나 냉정했다. 이미 마음속 깊이 쌓인 불신 때문에, 인자한 모습으로 그를 받아준 미리엘 신부마저 배신하고 물건까지 훔쳤지만, 오히려 은촛대를 내어주는 자비심에 감명 받아 올바른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후 장발장은 열심히 새 삶을 살아가며 시장의 자리까지 올라, 가난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게 된다.

비록 소설 속 이야기지만,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장발장에게 주어진 두 번의 기회, 신부의 인자한 모습과 은촛대 선물은, 우리 지역사회에도 장발장과 같은 사람들이 다시 범죄의 길로, 어둠의 길로 들어서지 않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들을 대하는 인자한 모습과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범죄 그 자체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우리의 가족과 이웃을 헤치고 시민들을 불안케 하는 행위는 벌 받아 마땅하며, 사회 전반적으로도 문제가 크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죄를 지어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던 사람들이 출소 이후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또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무관심과 무관용은 우리 지역사회 내에 불필요한 불안감을 증대시키고, 지역주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돌아올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지원으로, 자신을 낙오자로 판단하고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역사회가 나설 필요가 있다.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고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시 범죄의 길로, 어둠의 길로 들어서지 않고 사회에 건전하게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기회가 필요하다.

법무부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출소자의 3년 내 재복역률이 지난 10여 년간 평균 24%에 달하지만 숙식이나, 주거, 직업훈련, 창업·취업 지원을 받은 출소자들은 재범률이 평균 0.3%에 불과하다. 결국, 출소 초기의 안정적인 자립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는 죄를 지었지만 뉘우치고 갱생해 새 삶을 살고자 하는 장발장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에게 냉정한 눈빛보다는 따스한 손길을 기꺼이 건네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들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지원한다면, 범죄로부터의 유혹을 끊고 재범을 방지해 시민 불안을 해소해서, 더욱 안전한 진주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취업을 통한 자립 의지를 높이고, 지역사회 내 건전한 정착을 유도하게 된다면, 진주시의 인구 증가와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특별한 기회를 통해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을 한다면 그들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자신의 범죄를 뉘우친 이들에게 사회복귀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그 기회를 통해 그들이 올바른 선택으로 사회에 복귀한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안전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 먼저 관용을 베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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