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취임 1주년]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3기 취임 1주년]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 김성찬
  • 승인 2023.07.0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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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위한 자립·공존의 교육 지속 “경남교육 새 지평 계속 열어갈 것”
‘경남교육호(號)’의 수장을 맡아 9년째 항해를 이어가고 있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2014년 교육감 당선 이래 연이어 3선에 성공하며 경남 교육계를 이끌고 있는 그의 여정도 서서히 마지막을 향하고 있다. 그에게 남은 3년을 어떻게 갈무리하느냐에 따라 ‘박종훈의 12년 경남교육’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지난 9년을 교육의 텃밭에 거름으로 갈아 넣었다면 이제는 탐스럽고 맛깔나는 열매를 하나 둘씩 거둬들여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박종훈 교육감이 ‘수확의 계절’을 목전에 두고 느닺없는 ‘시련의 계절’을 맞았다. 가고자했던 약속의 땅이 눈앞에 보이는데 커다란 암초와 거대한 파도에 맞닥드린 것이다. 성과를 논하기에 앞서 또다른 과제를 하나 더 안아버렸다.

풍랑 만난 핵심사업 행복교육지구

최근 경남도의회는 박종훈 교육감의 공약이자 핵심사업 중 하나인 행복 교육지구의 추가경정예산 40억원을 전액 삭감시켰다. 교육감 자신이 ‘박종훈의 사업’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올 정도로 애정과 공을 쏟았던 행복교육지구 행복마을학교 사업이 올해 본예산에서도 삭감되고, 이번 추경에 재편성했던 예산마저 전액 삭감된 것이다.

그동안 ‘행복교육지구’는 경남교육청이 지난 2017년 김해를 시작으로 도내 시군과 차례로 협약을 맺어가며 그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었다. 호응은 좋았다. 결국 지난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소통·협력에 기반한 공교육을 통해 새로운 지역교육공동체를 구축’하자는 목표에 경남의 18개 모든 지자체들이 동참하기에 이른다. 학교에 마을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마을배움터(마을학교)를 운영하는 행복교육지구의 운영취지에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한 것이다. 온 마을이 배움터가 되는 행복교육지구 덕에 학교교육은 더욱 다양해질 수 있었고, 마음배움터 운영으로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배움의 장이 마련됐으며, 학교와 마을을 잇겠다는 시도는 지역소멸 위기의 극복대안으로까지 거론되며 주목과 탄력을 동시에 받아 나갔다.

그런데 순항하던 이번 사업이 별안간 경남도의회라는 풍랑을 만났다.

행복교육지구 행복마을학교는 도의회 교육위원회 예비심사 때부터 ‘정치적 편향’ 논란을 불러왔다. 이후 도의회 예결특위는 박종훈 교육감 후보 시절 지지선언을 한 마을교사의 이력과 창원 간첩단 활동설을 제기하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 훼손을 지적했다. 또한 박경화 경남행복마을학교 센터장이 마을교사들을 대상으로 “동학운동처럼 힘과 세력을 만들어 학교교사 자리를 넘봐야 한다”고 한 발언도 교권침해라며 문제삼았다. 예결특위는 지난달 정례회 당시 “행복교육지구 및 행복마을학교는 학교 교육과정의 종속 기관임을 명심하고,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이념, 사상교육 등 가치교육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가만히 있을 박 교육감이 아니다. 불편한 심기와 노골적인 불만을 기회가 될 때마다 언론을 통해 쏟아냈다. 행복마을학교 추경예산이 전액 삭감되던 날 도의회 발언대에 선 박 교육감은 강력히 유감을 표하며 “도의회가 교육감 행보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한다”고 일갈했고, 이후 도교육청 간부들이 참석하는 월요회의 자리에서 “경남도의회가 아이들 행복 빼앗아갔다”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최근 교육감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역시 “도의회가 내용을 잘 모르면서 이념 문제로, 진영 문제로 잘못 해석한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이라고 쓴소리를 뱉었다.

경남도의회라고 가만 있겠나. 박 교육감의 이러한 날 선 발언들을 ‘의회 폄훼·무시 발언’으로 단정하고 도의회 차원의 대응을 벼르고 있다. 서로 기싸움을 해봐야 달라질 건 없다. 경남교육청이 올린 사업 예산들은 이미 가위질을 당해버린 마당이고, 이로써 사업차질은 기정사실이 돼 버렸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취임1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경남도교육청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취임1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경남도교육청

 



교권보호·학력향상·관계회복 ‘방점’

교육에 정치의 잣대가 들어오면서 행복교육지구 행복마을 사업이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은 멈출 생각이 없다. 박 교육감은 이미 18개 시군 교육지원청과 각 부서, 직속기관, 공공도서관 등에 사업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비록 행복마을학교는 문을 닫을 지언정 아이들이 보다 나은 방과후를 지낼 방법들을 강구하겠다는 뜻이다.

박 교육감은 이와함께 교원에게는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지원을, 학생에게는 학력향상과 관계회복을 각각 약속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은 넘을 수 없다’는 박 교육감의 평소 소신대로 우선 교사가 온전히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무행정원 확대 배치를 통한 교원업무 경감과 법률지원·상담·장기치유 연수·법과 제도 정비 등을 통한 교권보호에 전력하고 있다. 학생은 학교밖 온라인 누리교실 확대·농어촌 지역 아이톡톡 심화과정 개설·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학습지원단 운영·심리상담 지원 강화·관계회복단 역할 확대를 통해 아이들의 안전하고 자기주도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학교문화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밖에도 디지털 기반 교육과정 콘텐츠를 활용해 학생 맞춤형 교육지원과 교원의 미래 역량 강화에 중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교육원이 올 하반기 개원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2025년 문을 여는 진로교육원과 함께 디지털 기반 교육체계를 구축,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아울러 도전과 탐험의 생태교육이 이뤄지도록 수련기관을 재구조화하고, 생태전환교육의 중장기 비전과 방향을 수립해 자연과 공존하는 교육의 바탕을 만들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박종훈 교육감은 “교육은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해야 하고, 그 효과는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갔을 때 실현될 수 있다”면서 “경남교육청이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고 자립과 공존의 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의 코로나 시기는 연대하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줬다. 경남교육 또한 구성원 간 협력과 맞춤형 지원으로 학교 교육력을 회복하고 경남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겠다”며 앞으로 남은 3년의 임기에 충실할 것을 다짐했다.

김성찬기자 kims@gnnews.co.kr

 
창원상남초등학교에서 열린 디지털 활용 수업을 참관하고 있는 박종훈 경남교육감(왼쪽)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사진=경남도교육청

 
양산에서 진행된 미래교육 인공지능 토론회에 참석한 박종훈 교육감. 사진=경남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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