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사람 이야기를 지역 고유브랜드로 키우자”
“창동사람 이야기를 지역 고유브랜드로 키우자”
  • 백지영
  • 승인 2023.07.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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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문화재단 등 민·관·학 협업사업 ‘창수를 찾아서’
지난해 뮤지컬 이어 문학·전시·공연 새롭게 선보여
브랜드 고도화·가치 확산 등 중장기 발전방안 모색
한때 서울 명동보다 더 컸다는 마산 창동거리. 잘 나갔던 한때를 뒤로 하고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이곳을 둘러싸고 최근 창원에서는 소소하지만 흥미로운 문화 협치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오랜 지역 자산인 창동과 이곳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해 지역 고유의 문화 콘텐츠 브랜드로 키워보려는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다. 지역에서 힘을 준 상당수 공연이 외부의 라이선스 작품을 유치해 보여주는 선에서 그치고, 지역을 기반으로 만든 콘텐츠 역시 대부분 공모사업 결과 발표회 성격의 일회성 시연에 그쳐온 점과 대비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예술인을 꿈꾸는 지역 청년에게 기회의 장을 제공해 지역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조성해 보려는 노력도 병행돼 그 결과에 눈길이 모인다.

창원문화재단은 지난 12일 오후 창원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 간담회를 열고, 사업 배경과 성과·계획 등을 밝혔다.

프로젝트인 ‘창수를 찾아서’는 창원문화재단·경남대·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창동예술촌이 협력·제작하는 민·관·학 문화 협치 프로젝트로,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 중이다. 경남도와 창원시, 경남문예진흥원이 예산을 지원한다.

◇그 시작은=‘창수를 찾아서’ 구심점인 창원문화재단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뛰어든 건 지난해지만, 그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진행했던 ‘2017 경남 스토리 랩 공모전’에 창원에서 활동하는 손상민 작가의 뮤지컬 대본 ‘창수책방’이 당선됐다. 마산 창동 헌책방인 ‘영록서점’을 모티브로, 살아 있는 듯 생생한 창동의 다양한 인물과 삶을 소개하는 동시에 마산 창동을 대표하는 시인 이선관의 시를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대본은 당선 이후 3년간 작품화되지 못한다. 대본이 다시 빛을 본 것은 지난 2020년,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유영재 연출가가 재학생들과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다.

2016년부터 제자들과 매년 뮤지컬을 한 편씩 선보였던 유 교수가 기존처럼 라이선스(해외에서 무대에 올린 공연을 한국어로 바꾼 공연) 대신 지역 창작 공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는데 그때 떠오른 게 ‘창수책방’ 대본이었다.

유 교수는 “경남에 도립극단은 있지만 연극영화과·공연예술학과 등 대학 관련 학과는 없다”며 “경남과 창원의 문화 콘텐츠 사업이 발전하려면 학생들이 전공 교육을 받고 여기서 취업하거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일회성 행사로 끝나고 마는 라이선스 공연의 한계를 여실히 느꼈고, 경남에서도 창작 뮤지컬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유 교수는 “2017년 공모 심사위원을 맡아 ‘창수책방’을 접하고 ‘누군가는 연출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이 지나도 작품화가 안 됐다”며 “(작품이 그대로 묻힐 수 있었던 만큼) 작가에게 연락했더니 정말 고마워하셨다”고 전했다.

◇첫 발걸음에 ‘장관상’ 쾌거=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2020년 뮤지컬 ‘창수책방’ 초연은 더 큰 변화로 이어진다. 경남대와 산학협력을 맺었던 창원문화재단이 3·15아트센터 무대와 홍보·마케팅을 지원했는데, 그 과정에서 뮤지컬의 확장 가능성을 본 것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수진 창원문화재단 3·15아트센터본부 문예사업부 과장은 “작품을 보고 ‘이게 마산의 이야기구나’라고 면면히 알게 됐다. 뮤지컬 주인공 ‘창수’는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의 자화상”이라고 소개했다.

지역, 그리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극 중 인물을 통해 녹아있는 이 브랜드를 고도화하는 게 재단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게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지역의 많은 이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진행 윤곽이 더 뚜렷해졌다. 어르신들에게는 창동에 대한 자부심과 좋은 기억을 안고 살아가지만, 이곳을 살아가는 청년들은 지역에 남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서 떠나는 간극에서 모순을 느꼈다.

이 과장은 “도내 대학에 연극영화과나 공연예술학과 등 공연 관련 학과가 없어 학생들이 배울 곳, 일할 곳을 찾아 타지로 떠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다양한 세대가 한자리에 모이는 화합의 장을 지역문화재단이 조성해보자 싶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시작한 지난해 사업은 공연·전시·문학 등 3종으로 진행했다.

먼저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과 손잡고 마산 창동과 이선관 시인을 기억하는 중·노년 세대 주민 15명을 모집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문학 수업을 진행하고, 창동에 대한 기억과 이선관 시인의 작품세계를 조명했다. 6개월간의 활동은 사진·손글씨로 작품과 함께 도서 ‘창동과 이선관 시인’로 남았다.

이러한 문학 활동은 지역 시각 예술인들의 손길을 통해 공공 설치 미술작품으로 구현됐다. 주민 참여 전시물 일부는 창동예술촌 양리애 설치미술작가,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재학생의 손에 의해 커뮤니티 아트 작품 ‘시간의 벽’으로 재창조돼 3·15아트센터와 창동예술촌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맞았다.

전시 결과물은 뮤지컬 공연을 통해 새로운 옷을 입었다. 미디어아트와 프로젝션 맵핑으로 구현돼 ‘창수 책방’ 무대 세트에 오른 것. 과거보다 분량을 늘려 6회 공연에 나선 뮤지컬은 전석 매진이라는 호응을 얻었다.

지역의 다양한 기관이 소통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선보인 이 같은 활동은 최근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주관 ‘대한민국 문화재단박람회’에서 지역문화발전부문 최고상인 최우수상(문체부 장관상)에 오르는 쾌거로 이어졌다.

◇걸어갈 길은=재단은 지난해 보완점을 반영해 올해도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경남문예진흥원 공모 선정에 따라 모두 1억 32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컨소시엄을 맺은 기관들과 사업 고도화에 나선다.

문학의 경우 지난해에는 옛 창동을 기록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청년들의 시선으로 오늘의 창동을 담는 데 집중한다. 윤은주 꿈꾸는산호도서관장은 “오늘의 창동이 청년들의 손끝에서 의미 있게 살아나고 있다”며 “이번 활동이 단순히 오늘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오늘과 내일을 잇는 가교 구실을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시도 새롭게 선보인다. 창동과 이선관 시인에 집중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창원을 살아가는 다양한 청년 한 명 한 명이 ‘창수’라는 관점에 따라 그들의 자화상을 디지털미디어 전시 ‘창수외전’에 담아낸다. 이지훈 창동예술촌 아트 디렉터(예술 감독)는 “20분 내외의 단편 영화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할 계획”이라며 “창수의 여성형인 ‘창미’가 창원에서 나고 외부에서 자라 다시 돌아오는 옴니버스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이후 연계 전시를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은 유료화와 전문 배우 섭외, 공연 시간 조정 등 변화에 나선다. 앞서 무료 공연으로 노쇼(예약 후 나타나지 않음) 좌석이 발생했던 점을 보완하고, 공연 관람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1만원 상당의 관람료를 받기로 했다. 이외에도 뮤지컬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공연 시간을 150분에서 110분으로 축소하고, 주요 배역에 지역 전문 배우를 기용해 완성도를 높인다.

재단은 이번 사업이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잔잔하게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브랜드 발굴과 올해 브랜드 고도화를 거쳐 2024년 브랜드 유통, 2025년 브랜드 가치 확산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수진 과장은 “한 기관의 사업이 아닌, 모두의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며 “특히 사업 참여 청년들이 문화예술 전문인력으로 성장하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함께 기반 환경을 조성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지난 12일 창원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 간담회가 열렸다. 윤은주 꿈꾸는산호도서관장이 올해 문학 분야 사업 계획을 밝히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2일 창원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 간담회가 열렸다. 참여 기관 실무자들과 참여 청년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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