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예리 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전담교수
내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진주로 내려왔을 때 사람들은 내게 골프를 권했다. ‘진주는 골프 치기 아주 좋은 동네’ 라며 빨리 배워서 같이 운동하러 가자고 했다. 골프를 배울 때, 선생님은 자주 골프에서는 ‘루틴’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루틴(routine)은 사전적 의미로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 프로그램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이르는 경우에 쓴다. 다시말하면 ‘뭔가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는 정해진 절차’ 즉 루틴은 목표에 집중해 가는 과정이며, 좋은 루틴은 목표에 대한 집중을 넘어 몰입의 단계까지 들어가는 것이다.
골프를 석 달 배우다가 그만뒀다. 빨리 잘 쳐서 멋진 스윙을 자랑해야지 했던 내 욕심이 강했나 보다. 매일 연습장에 가서 무리하게 연습을 했더니 몸도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골프 장비만 제대로 갖춘 채 골프 연습장을 떠난 뒤로 다시는 찾지 않고 있다.
인생에도 루틴이 중요하다. 먼저 인생의 목적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인생의 목적은 자리가 될 수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다. 이 인생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사람은 유학이라는 목표를 세울 것이며, 또 어떤 사람은 창업이라는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엘리멘탈이라는 영화에서처럼 부모님이 바라는 목적이 아닌 바로 내가 바라는 목적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나는 요즘 내 인생의 루틴을 설정했다. 내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자! 그냥 하자! 나는 원래 커피 한잔과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면, 어디서든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 있다. 7평 연구실에 꼼짝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앉아 뭔가를 찾고 분석하고 쓸 수 있는 신기한 능력도 있다. 내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연구를 내 인생의 목적이자 목표로 정하니 마음에 평안(平安)이 찾아온다.
요즘 내 일상은 한 잔의 따뜻한 커피로 시작한다. 뜨거운 커피가 조금씩 식어가는 동안 내가 해야 할 연구에 점점 집중해 간다. 심지어 몰입하게 될 때쯤 커피는 싸늘해져 있다. 커피는 어느덧 내 일상의 루틴이 돼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내 하루와 일주일, 그리고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오늘 하루 내가 해야 할 연구를 어렵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나의 페이스메이커(pacemak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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