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방학이 두려운 맞벌이 부모
[경일춘추]방학이 두려운 맞벌이 부모
  • 경남일보
  • 승인 2023.07.2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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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경남청렴클러스터 사무국장
이수경 경남청렴클러스터 사무국장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확대가 와닿지 않는 맞벌이 가정. 저학년 아이들에겐 작년부터 방학 기간 동안에도 학교 돌봄교실에서 점심 도시락이 지원된다, 하지만 초등 3학년 이상 아이들은 방학 중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도시락이 지원되지 않는다. 초등 3학년 이상 아이를 둔, 돌봄 대리인이 없는 대부분의 맞벌이 부모는 9시부터 12시까지 학교에서 이뤄지는 방과 후 교실 프로그램과 학원들을 짜맞추어 부모의 돌봄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음식물이 상할 수 있어 점심 도시락을 부모가 챙겨 보낼 수도 없는 여름 방학에는 아이들이 밖에서 주로 편의점의 즉석조리식품으로 점심, 저녁까지 혼자 해결해야 한다. 맞벌이 부모에겐 아이들에게 음식을 제대로 먹이지 못하는 죄책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필자도 워킹 맘이기에 학교에 3학년 이상 아이들도 개인부담으로 점심 도시락을 같이 구매하는 의견을 몇 번 제시했으나 뾰족한 해법을 듣지 못했다. 5학년인 아이는 이번 여름방학에도 같은 시간, 학교에 함께 있다가 1∼2학년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걸 지켜보다 하교해야 한다.

이렇게 맞벌이부부의 아이들은 거의 매일 라면과 닭꼬치 등을 먹어야 한다.

학교 주변이나 학원가 주변에도 어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고기집, 술집 등이 대부분이고, 아이들이 학교 급식처럼 영양성분을 고루 갖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

서울 강동구가 최근 1년여간 이런 돌봄 사각지대를 메우는 실험을 해 주목받고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한 끼 2500원만 받고 저녁밥을 주는 초등학생 전용 ‘어린이 식당’을 운영한 것이다. 식단은 한 끼에 8000원 수준으로 구성되지만, 이 중 5500원을 강동구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2022년 1월부터 정식 운영하고 있다. 식당 외에도 놀이방, 동화책 서가 등이 있어 식당 문을 닫는 오후 8시까지 아이들이 놀다 가며, 영양사, 돌봄선생님, 조리사 등 3명을 두고 이들의 인건비와 식재료 값, 건물 임차료 등 연 1억 5000만원의 예산으로 운영 중이다. 지자체가 학부모, 학생들을 위해 이런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전국에서 유일하다.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영양가 있는 한 끼를 먹일 수 있는 것, 학부모들에게는 매달 얼마의 지원금을 주는 정책보다 이러한 실질적인 돌봄을 지원하는 정책이 ‘작지만 체감 효과는 최고인 진짜 복지’로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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