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예리 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전담교수
지난주에만 서울을 세 번이나 다녀왔다. 서울 사람들은 일 년에 한 번 오기도 힘든 진주를 일주일에 세 번이나 왕복했다고 하면 놀랜다. 하루빨리 남부내륙고속철도가 착공돼 2028년에는 꼭 개통되기를 간절하고 절실히 바란다. 그래도 일이 있음에 감사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서울 출장을 다니기로 결심한 뒤 기차나 버스 안에서 보내는 긴 시간이 별로 지루하지 않다. 왕복 7시간 동안 각종 뉴스도 보고, 밀린 드라마나 영화를 보노라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뭐 ‘아주 멀다’는 의미인 ‘진주라 천리길’이라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제는 기차 안에서 영화 적벽대전(赤壁大戰)을 보았다. 적벽대전은 삼국지 최고의 인기 등장인물인 조조, 유비, 손권, 제갈공명, 주유가 모두 참전한 전투로 한국인이 가장 잘 아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은 주유에게 삼일 안에 조조군의 화살 10만 개를 뺏어오겠다고 장담한다. 주유는 10만 개를 가져올 수 없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훗날 적으로 만날 것을 두려워하여 미리 제갈량을 제거하려는 주유의 속셈이었다. 그런 주유가 36세의 젊은 나이에 최후를 맞이하는데 죽기 직전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이 주유를 낳았으면서 어찌 제갈량을 또 보냈습니까”라고 부르짖으며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나는 요즘 J를 생각하면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 그 대단한 경쟁심 덕분에 매년 논문도 많이 썼고, 프로젝트도 열심히 했다. 나에게 J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J가 건강하기를 기도하며 J에게 말한다. “J, 우리 멋지게 잘 살자!” 이제 나는 J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의 라이벌은 어디에 가나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라이벌을 의식하는 순간 괴로워진다. 오히려 라이벌을 잘 활용해야 한다. 같이 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주유가 천기를 읽을 수 있었던 제갈량이 자신보다 한 수 위임을 인정했더라면. 훗날 적으로 만날 제갈량을 제거할 생각보다는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었더라면. 주유는 훨씬 더 멋진 지략가로 역사에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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