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체험·무형문화재 시연 등 체험·즐길거리 넘쳐
14일까지 진주성·원도심 '흥' 넘치는 밤축제 인기
14일까지 진주성·원도심 '흥' 넘치는 밤축제 인기
“진주하면 교방이지 않겠소. 이번 마술은 논개를 생각하며 준비한 가락지 마술이오.”
지난 12일 오후 7시 40분께 진주시 본성동. 진주성벽 밖으로 줄지어 늘어선 야간 플리마켓(벼룩시장)을 뒤로 하고 공북문을 들어서자 평소 진주성의 고즈넉한 밤 풍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여름밤이면 풀벌레 소리 들으며 유유자적 산책을 즐기는 장소였지만, 이날은 진주성 내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면서 시끌벅적한 축제 현장으로 변모했다.
진주성 곳곳에 뜬 새하얀 달 풍선을 배경으로 유등 모형을 든 채 사진을 찍는 한복 차림의 방문객 모습부터, 야바위·공기놀이 등 다채로운 체험에 신난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절로 흥이 올랐다
이날 진주성 내 문화유산과 국립진주박물관, 그리고 원도심과 전통시장 일원에서는 2023 진주문화재야행이 펼쳐졌다. 진주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고 문화재청·경남도·진주시가 후원하는 행사로, 14일까지 사흘간 이어진다.
‘문화재야행’은 ‘문화재’에 밤에 활동한다는 뜻을 지닌 단어 ‘야행’의 합성어다. 지역의 특색있는 역사 문화 자원을 활용해 문화재 야간 관람·체험·공연·전시 등을 선보이는 대표적 야간 문화 향유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째를 맞은 진주문화재야행은 8종의 본행사와 다양한 동반 행사가 마련되면서 다양한 즐길 거리가 방문객을 유혹했다.
대포 쏘기 체험에 나선 어린 남매가 모형 대포 속 모형 포탄을 ‘왜놈들을 무찔러라’라는 입간판을 향해 발사하자, 뻥튀기 기계에서 들을 법한 조그만 ‘펑’하는 소리가 조그맣게 울렸다. 명중을 확인한 남매는 신이 난 듯 “한 번 더!” 외치며 다시 조준에 나섰다.
몇 걸음 뒤로 물러서자 버나돌리기(농악 가락에 맞춰 막대기로 접시 등을 돌리는 놀이) 체험에 나선 한 아이가 바닥에 떨어진 색동 버나를 다시 막대 위에 올린 뒤 하늘을 향해 띄워 올렸다.
인근에 앉아 공연을 감상하던 김미선(70)씨는 “남편 생일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방문한 자녀 등 3대 17명이 진주성을 찾았다”며 “손주들이 그간 진주성을 와볼 일이 많지는 않았는데, 행사가 화려하니 다들 신나서 놀이하러 흩어졌다”고 했다.
김시민 장군 동상을 지나 남강을 향해 쭉 내려서자 어림잡아 300명은 될 법한 관객들이 야외무대에서 공연 중인 ‘조선에서 온 마술사’를 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우리 가락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자 어우동이 쓸 법한 전모에 한복 차림을 한 무리가 풍물놀이를 선보이며 행진에 나섰다.
국립진주박물관으로 향하는 어두운 길목에 들어서자 하얀 천막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야화(夜畵)’ 행사 중 하나인 ‘진주 무형문화 전시전’ 현장이다.
탁자 위에 전시된 장도와 경첩 등이 이목을 끌었지만, 그 곁에서 천막 아래 조명에 의지해 금속 가공 작업에 열중하는 두 장인의 모습이 더욱 눈길을 사로잡았다. 장도장(은장도 등 장도를 만드는 장인)과 두석장(가구에 덧대는 금속 장식을 만드는 장인) 등 경남무형문화재 시연 현장이다.
강병주 장도장 이수자는 “야간 야외 작업이라 조명 등 신경 쓸 게 많지만, 대중 앞에서 이렇게 작업을 선보이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간혹 작업을 궁금해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잠깐 체험해 보도록 하는데, 즐거워하는 모습이 흐뭇하다”고 밝혔다.
인근 국립진주박물관 앞에서 열린 진주오광대 등 진주무형문화재 공연에서는 우스꽝스러운 극 전개를 두고 객석에서 연신 키득거림과 함께 “아이고, 재밌다”는 감상평이 터져 나왔다.
앞서 이곳에서 펼쳐진 ‘야경(夜景)’ 행사 중 하나인 ‘진주목사의 귀환’에서는 조규일 진주시장이 수성중군영 교대 의식에 이어 진주목사 역할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조 시장은 참여자들과 행진하고 선무공신 교서를 낭독하는 이색 공연을 펼쳐 국민모금운동을 통해 환수한 충무공 김시민 선무공신 교서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촉석문을 배경으로 진행된 융복합 공연 ‘Blooming 진주, Again(블루밍 진주, 어게인)’도 장관이었다. 이날 하루 진행된 연계 행사로, 진주검무 등 전통 연희가 화려한 미디어 아트를 입은 모습에 객석에서는 휘파람이 터져 나왔다.
또 다른 연계 행사인 실경역사뮤지컬 ‘의기 논개’에 이어 융복합 공연을 관람한 김윤미(38)씨는 이러한 행사가 더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두 공연 모두 진주성을 더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공연이었다. 공연을 통해 그 시대를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고, 예술인을 존경하게 됐다”며 “늘 대도시에서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 같아 부러웠는데, 이런 자리가 만들어져서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문화재 야행 관람과 연계 행사로 마련된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 줍기) 프로그램 ‘그리니 진주’ 등 뜻깊은 체험에 나선 방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부모님과 함께 ‘그리니 진주’에 참여한 이태준(14)군은 “생각보다 덥지 않아서 담배꽁초나 페트병 등을 열심히 주웠다”며 “요즘 더워서 바깥 활동을 못 했는데 이렇게 나오니 좋다. 마술 공연 등을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지난 12일 오후 7시 40분께 진주시 본성동. 진주성벽 밖으로 줄지어 늘어선 야간 플리마켓(벼룩시장)을 뒤로 하고 공북문을 들어서자 평소 진주성의 고즈넉한 밤 풍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여름밤이면 풀벌레 소리 들으며 유유자적 산책을 즐기는 장소였지만, 이날은 진주성 내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면서 시끌벅적한 축제 현장으로 변모했다.
진주성 곳곳에 뜬 새하얀 달 풍선을 배경으로 유등 모형을 든 채 사진을 찍는 한복 차림의 방문객 모습부터, 야바위·공기놀이 등 다채로운 체험에 신난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절로 흥이 올랐다
이날 진주성 내 문화유산과 국립진주박물관, 그리고 원도심과 전통시장 일원에서는 2023 진주문화재야행이 펼쳐졌다. 진주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고 문화재청·경남도·진주시가 후원하는 행사로, 14일까지 사흘간 이어진다.
‘문화재야행’은 ‘문화재’에 밤에 활동한다는 뜻을 지닌 단어 ‘야행’의 합성어다. 지역의 특색있는 역사 문화 자원을 활용해 문화재 야간 관람·체험·공연·전시 등을 선보이는 대표적 야간 문화 향유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째를 맞은 진주문화재야행은 8종의 본행사와 다양한 동반 행사가 마련되면서 다양한 즐길 거리가 방문객을 유혹했다.
대포 쏘기 체험에 나선 어린 남매가 모형 대포 속 모형 포탄을 ‘왜놈들을 무찔러라’라는 입간판을 향해 발사하자, 뻥튀기 기계에서 들을 법한 조그만 ‘펑’하는 소리가 조그맣게 울렸다. 명중을 확인한 남매는 신이 난 듯 “한 번 더!” 외치며 다시 조준에 나섰다.
몇 걸음 뒤로 물러서자 버나돌리기(농악 가락에 맞춰 막대기로 접시 등을 돌리는 놀이) 체험에 나선 한 아이가 바닥에 떨어진 색동 버나를 다시 막대 위에 올린 뒤 하늘을 향해 띄워 올렸다.
인근에 앉아 공연을 감상하던 김미선(70)씨는 “남편 생일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방문한 자녀 등 3대 17명이 진주성을 찾았다”며 “손주들이 그간 진주성을 와볼 일이 많지는 않았는데, 행사가 화려하니 다들 신나서 놀이하러 흩어졌다”고 했다.
김시민 장군 동상을 지나 남강을 향해 쭉 내려서자 어림잡아 300명은 될 법한 관객들이 야외무대에서 공연 중인 ‘조선에서 온 마술사’를 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우리 가락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자 어우동이 쓸 법한 전모에 한복 차림을 한 무리가 풍물놀이를 선보이며 행진에 나섰다.
국립진주박물관으로 향하는 어두운 길목에 들어서자 하얀 천막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야화(夜畵)’ 행사 중 하나인 ‘진주 무형문화 전시전’ 현장이다.
탁자 위에 전시된 장도와 경첩 등이 이목을 끌었지만, 그 곁에서 천막 아래 조명에 의지해 금속 가공 작업에 열중하는 두 장인의 모습이 더욱 눈길을 사로잡았다. 장도장(은장도 등 장도를 만드는 장인)과 두석장(가구에 덧대는 금속 장식을 만드는 장인) 등 경남무형문화재 시연 현장이다.
강병주 장도장 이수자는 “야간 야외 작업이라 조명 등 신경 쓸 게 많지만, 대중 앞에서 이렇게 작업을 선보이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간혹 작업을 궁금해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잠깐 체험해 보도록 하는데, 즐거워하는 모습이 흐뭇하다”고 밝혔다.
인근 국립진주박물관 앞에서 열린 진주오광대 등 진주무형문화재 공연에서는 우스꽝스러운 극 전개를 두고 객석에서 연신 키득거림과 함께 “아이고, 재밌다”는 감상평이 터져 나왔다.
앞서 이곳에서 펼쳐진 ‘야경(夜景)’ 행사 중 하나인 ‘진주목사의 귀환’에서는 조규일 진주시장이 수성중군영 교대 의식에 이어 진주목사 역할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조 시장은 참여자들과 행진하고 선무공신 교서를 낭독하는 이색 공연을 펼쳐 국민모금운동을 통해 환수한 충무공 김시민 선무공신 교서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촉석문을 배경으로 진행된 융복합 공연 ‘Blooming 진주, Again(블루밍 진주, 어게인)’도 장관이었다. 이날 하루 진행된 연계 행사로, 진주검무 등 전통 연희가 화려한 미디어 아트를 입은 모습에 객석에서는 휘파람이 터져 나왔다.
또 다른 연계 행사인 실경역사뮤지컬 ‘의기 논개’에 이어 융복합 공연을 관람한 김윤미(38)씨는 이러한 행사가 더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두 공연 모두 진주성을 더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공연이었다. 공연을 통해 그 시대를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고, 예술인을 존경하게 됐다”며 “늘 대도시에서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 같아 부러웠는데, 이런 자리가 만들어져서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문화재 야행 관람과 연계 행사로 마련된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 줍기) 프로그램 ‘그리니 진주’ 등 뜻깊은 체험에 나선 방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부모님과 함께 ‘그리니 진주’에 참여한 이태준(14)군은 “생각보다 덥지 않아서 담배꽁초나 페트병 등을 열심히 주웠다”며 “요즘 더워서 바깥 활동을 못 했는데 이렇게 나오니 좋다. 마술 공연 등을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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