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 영화 인생 첫 이정표, 진지함 물씬
“슛!” 영화 인생 첫 이정표, 진지함 물씬
  • 백지영
  • 승인 2023.08.20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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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영화아카데미 원데이 워크숍
“컷! 한 번만 더 갈게요. 연기는 좋았는데 뒤에 사람이 지나가서 한 번 더 찍어야 할 것 같아요.” “네, 슛 들어가겠습니다. 3-1-5.”

지난 16일 오후 4시 30분께 김해시 내동 김해문화의전당 1층 로비. 예정된 공연이 없어 평소라면 한적했어야 하는 공간에 2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2023 경남영화아카데미’(이하 영화아카데미) 원데이 제작 워크숍(이하 워크숍)에 참석한 이들이다.

영화아카데미는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하고, 미디어센터내일이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경남지역에서 영화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시나리오·연출·촬영·제작 등 4가지 전공별 과정을 4개월여 진행하고 직접 단편 영화까지 만들어 보는 실전형 교육이다.

이날 진행된 워크숍은 올해로 3기를 맞은 영화아카데미가 처음으로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14일 입학식을 시작으로 1달 가까이 전공별 숨 가쁜 교육 일정을 소화한 수강생들이 단편 영화 제작에 앞서 실전 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다. 이달 말 시나리오 전공 수강생들이 집필한 작품 중 3편을 실습작으로 선정한 뒤 팀별로 단편 영화 제작에 들어가는데, 아무런 실습 없이 작품 제작에 나서기보다는 현장에 한번 부딪혀 보도록 한 것.

3년째 아카데미에서 연출 과정을 지도하는 배종대 감독은 “저도 부산 출신이라 지역에서는 영화 지망생에게 기회가 별로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며 “타지역 아카데미도 가봤지만 경남처럼 커리큘럼이 체계적이고 다채로운 곳은 처음”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무더운 여름에 안면도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영화를 공부하는 이 시간이 누군가에겐 정말 소중한, 영화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도, 학생들도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워크숍은 하루에 촬영을 마쳐야 하는 특성상 4분 분량의 단편 코미디 영화 ‘두근두근 영춘권’을 각색한 ‘사랑은 주짓수처럼’ 제작으로 진행됐다. 오전 7시 30분 집결해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촬영은 이날 오후 6시 30분이 돼서야 끝이 났다.

촬영은 김해문화의전당 내 커피숍 입구와 야외 광장, 로비 등을 무대로 펼쳐졌다. 연출 과정 전공생들이 장면 별로 돌아가며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한 지 막 한 달이 지난 시점, 워크숍을 돕는 연출·촬영 감독이나 동시녹음 스태프 그리고 배우들이 신경 쓰일 법도 했지만 각자가 주어진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진지함이 묻어났다.

“지금 아래 층에 계신 분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오디오에 다 잡힙니다.” “아예 안 들리게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최대한 줄여는 보겠습니다!”

다른 이들도 머무는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상황인 만큼, 방문객이 근처를 지나가는 모습이나 대화 소리가 카메라·오디오에 포착될 때면 재촬영에 나서야 했지만 수강생들의 열기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촬영지를 화면 속에서는 영화관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로비를 가로지르는 기둥에 영화 포스터를 붙이고, 매표소를 소등하고 책꽂이를 치우는 등 움직임이 분주했다.

“좋아요. 오케이하겠습니다.”

이동식 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눌러쓰고 탁자 위 노트북이 송출하는 촬영 영상을 주시하던 연출 담당 수강생의 외침에 참가자들은 같은 장면을 다른 구도에서 원거리로 촬영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미디어센터내일은 2021년과 2022년 영화아카데미를 창원에서 진행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김해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지역에서 인재를 양성하려고 물색하던 차에 김해문화재단 영상미디어센터와 손을 잡게 됐다.

그 결과 수강생 상당수는 김해지역 청년들이지만, 창원 등 인근 지역은 물론 진주에서도 매일 왕복 2시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원정 교육에 나서는 등 수강생들의 열기가 뜨겁다. 경남에서는 영상 관련 학과는 있지만 영화 관련 학과가 없어, 영화인을 꿈꾸지만 배울 기회가 없었던 만큼 소중한 장이기 때문이다.

진주 출신으로 연출 과정을 듣고 있는 한 수강생은 “SNS에서 소식을 접하고 참여하게 됐다. 사실 세부적인 내용은 모른 채 신청했는데 4개월간 좋은 강사진에게 많은 걸 배우게 해주고, 생각보다 훨씬 좋은 지원을 해줘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올해 아카데미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른 과정으로 다시 참여하는 수강생이 적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띈다. 독립·예술 영화를 즐겨보던 관객에서 어느덧 영화계에 깊게 들어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 옥지민(창원·24)씨도 그중 하나다.

옥 씨는 “작년에 사운드(음향) 과정으로 참여한 뒤 올해는 제작 과정을 듣고 있다. 부산에 가지 않는 이상 배우기 쉽지 않은 분야라 정말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 새로 생긴 워크숍은 실전에 앞선 준비 운동이라는 생각으로 ‘실수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많이 느끼고 반성도 하고, 실수로부터 배워보려 했다”며 “물론 이 준비 운동이 이렇게 빡셀진(힘들진) 몰랐다”며 웃었다.

한편 영화아카데미는 이날 워크숍 경험을 바탕으로 내달부터 실습 단편영화 제작에 들어간다. 완성 작품 3편은 오는 11월 22일 수료식에서 시사회에 나설 계획이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지난 16일 오후 김해문화의전당 로비에서 ‘2023 경남영화아카데미’ 원데이 제작 워크숍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사랑은 주짓수처럼’을 제작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6일 오후 김해문화의전당 로비에서 ‘2023 경남영화아카데미’ 원데이 제작 워크숍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사랑은 주짓수처럼’을 제작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6일 오후 김해문화의전당 로비에서 ‘2023 경남영화아카데미’ 원데이 제작 워크숍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사랑은 주짓수처럼’을 제작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6일 오후 김해문화의전당 로비에서 ‘2023 경남영화아카데미’ 원데이 제작 워크숍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사랑은 주짓수처럼’을 제작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6일 오후 김해문화의전당 로비에서 ‘2023 경남영화아카데미’ 원데이 제작 워크숍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사랑은 주짓수처럼’을 제작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6일 오후 김해문화의전당 로비에서 ‘2023 경남영화아카데미’ 원데이 제작 워크숍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사랑은 주짓수처럼’을 제작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6일 오후 김해문화의전당 로비에서 ‘2023 경남영화아카데미’ 원데이 제작 워크숍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사랑은 주짓수처럼’을 제작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6일 오후 김해문화의전당 로비에서 ‘2023 경남영화아카데미’ 원데이 제작 워크숍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사랑은 주짓수처럼’을 제작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6일 오후 김해문화의전당 로비에서 ‘2023 경남영화아카데미’ 원데이 제작 워크숍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사랑은 주짓수처럼’을 제작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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