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체험장으로 변한 창원 진해구 폐병원
폐가 체험장으로 변한 창원 진해구 폐병원
  • 이은수
  • 승인 2023.08.2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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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방치 청소년 탈선현장 우려

 

창원 진해지역 시내에 위치한 한 병원이 폐원이후 수십년간 방치되면서 안전사고 등 각종 위험에 노출돼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28일 오후 도심 한복판에 폐가(흉가) 체험을 하는 건물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찾은 진해구 태평로 사거리의 한 4층 건물.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한 때 진해의 유명병원으로 이름을 떨치던 건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담쟁이가 벽을 타고 올라가 건물을 덮고 있었다. 1968년 완공된 옛 신경외과 병원 건물인데 1980년대 중반 폐원 후 현재까지 방치돼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수풀이 우거진 정원은 동남아시아 정글을 방불케 했으며, 각종 생활 쓰레기는 물론 고양이 등 동물사체까지 마구 버려져 감염병 전파가 우려됐다. 

병원 내부는 빛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가운데 대낮에도 어두컴컴하고 몇십년동안 사용하지 않은 수술도구 등 병원 집기 시설 및 폐자재 등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 방문자들의 전언이다. 

건물 바깥에는 출입금지 안내문이 천으로 가려져 있고, 문틈이나 담장을 넘어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과 일부 어른들이 내부로 들어가는 일이 종종 있어 사고 위험이 높다고 주민들은 우려했다. 낡고 칙칙한 분위기에 지나치기가 꺼림직한 주민들이 주변 도보 이동도 꺼리고 있다. 

특히 해당 건물은 ‘폐가체험 유튜브’ 까지 등장해 병원 시설 내부 등이 자세히 소개되면서 청소년들의 탈선현장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학생들이 야간을 틈타 건물에 침입해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대낮에도 어두컴컴해 전등을 켜지 않고는 다니기 힘든 건물 내부 거울에는 청소년 등 방문자들이 써놓은 각종 낙서가 적혀 있다. 

주민들은 인근에 살던 할아버지가 생전에 청소년들이 폐건물에 와서 시끄럽게 떠들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주민 조모(65)씨는 “50년 이상 여기에 살았는데, 근대건축문화유산에도 거론되지만 도무지 건물이 팔리지 않고 있다. 사통팔달 요지에 위치한 건물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서 “마을 발전을 위해서라도 새 건물을 지어 분위기 쇄신에 나서야 한다”며 당국의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해당 마을에 사는 한 부부는 “15년간 살았는데 건물이 심하게 방치돼 있어 마을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개탄했다.

대구 달서구 최모(40)씨는 “재미나 흥미로 접근할 사안이 아닌데도 유튜브에 소개되면서 파급력이 더욱 커졌다”며 “위험해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수풀이 우거져 안전문제 및 화재위험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창원시 환경미화 공무원은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담쟁이는 일부 제거했지만 은행 나무 등 수십년동안 자란 나무들이 너무 크고 숲이 우거져서 낙엽이 떨어지면 청소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자체에서는 건물 주인에게 마을의 안전을 위해 조치를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답변이 없다. 본보는 건물주 입장을 들으려 연락처를 수소문했지만 사생활보호 등으로 파악이 어려웠다. 

창원시 관계자는 “여러경로로 주인에게 대책을 요구했지만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사유재산에 대해 관의 개입에 한계가 있지만 안전사고 등 주민 피해를 막기위해 외부인 출입제한 및 안전강화를 우선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창원시 진해구 태평로 사거리에 위치한 신경외과 병원이 폐업한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방치돼 도시 미관을 저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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