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국 9개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폐쇄 통보
정부, 전국 9개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폐쇄 통보
  • 이은수
  • 승인 2023.09.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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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전액 삭감…다문화사회 역행 지적
민간 위탁 협약 2년 남았는데 소통 한 번 없어
직원들 고용승계도 없이 정리해고 수순 ‘황망’
정부의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에 대한 내년도 예산 전액 삭감 및 일방적인 폐쇄는 다문화사회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고용노동부는 전국 9개소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에 대해 2024년도 예산의 전액 삭감과 일방적인 폐쇄를 통보했다. 민간위탁 협약기간이 2년이나 남아 있는데도 사전에 단 한 번의 소통도 없어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고용부는 산업현장 인력부족 해결을 위해 올해 11만명의 외국인력을 도입하고 있으며 외국인 고용 관련 사업장별 고용한도를 2배 이상 늘리고 올해 외국인력 1만명 추가와 2024년도 12만명의 외국인력 도입을 발표했다. 외국인노동자 증가에 따라 고충상담과 교육서비스를 확대해야 할 시기에 이같은 역할을 수행해 온 지원센터를 폐지하고 고용부와 산업인력공단이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성과와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지원센터 및 민간단체 전문가들은 현장을 모르는 정부의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지원센터는 일요일에 쉬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해 일요일에 상담과 교육을 진행 중이다. 지원센터의 전체 상담 중 일요일의 상담비중이 34.1%에 달한다. 특히 내방상담은 일요일이 117.7%로 훨씬 더 많다. 한국어교육 등 교육사업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일요일에 업무를 하지 않는 고용부(지방관서)와 산업인력공단이 효율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담에 대해선 다국어 상담인력을 대폭 확충해 상담부터 행정처리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도록 개선하겠다는 대책도 입방아에 올랐다. 지원센터 상담 중 행정업무 관련 내용은 15% 미만이고 이중 고용허가제 관련 행정상담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현장을 모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외국인노동자 권리구제 및 사업장 내 갈등 중재역할 약화도 우려된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이민자 유입을 추진하며, 이민청관리국 설립 방안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민정책은 외국인 노동자부터 시작인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지원센터 폐쇄는 정부의 다문화 정책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외국인 주민이 1만명 이상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 거주하는 시·군·구는 전국 228곳 중에서 86곳으로 40%를 차지한다. 많은 지역이 결혼이주민, 이주노동자,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유지가 되지 않는다. 실제 도내 군단위는 ‘다이소’ 이용객 절반이 외국인이며, 읍내에서 외국인 청년들을 접하는 일이 흔해지고 있다.

지원센터 폐지 소식을 접한 외국인노동자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마음 편히 속마음을 터놓고 임금체불부터 생활상담까지 받을 수 있고 한국어교육과 법률교육 등으로 자신들의 권익을 지켜 준 기관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원센터는 국가별 외국인노동자 커뮤니티를 지원하며 다양한 문화행사와 자국 노동자들과 소통하는 사랑방의 역할을 해왔다.

지원센터 폐지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고용승계 대책 없이 일터를 잃게 된 지원센터 직원들이다. 외국인 노동자센터 관련, 도내에는 김해와 창원, 그리고 양산에 41명이 근무하고 있다. 거제는 올해 설립하다 중단된 상태다.

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도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버텨 왔는데 갑작스런 정리해고 선언에 상심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노동 인구 감소와 인구 소멸 대안으로 외국 인력 도입과 숙련 기능 인력 확대 등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는 지원센터 폐지가 아니라 다양한 체류 자격의 이주민에게 노동 상담·교육 등 지원 사업이 확대되도록 예산과 실무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창원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담 모습. /경남일보DB
캄보디아 쫄쯔남 문화행사 지원.
창원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1023년 제24기 외국인근로자 프로그램 개강식. 진종상 창원센터장은 현재 지원센터는 일요일에 쉬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해 일요일에 상담과 교육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지원센터의 상담실적을 분석하면 전체 상담 중 일요일의 상담비중이 34.1%에 달하고 있다. 특히 내방상담은 평일대비 일요일이 117.7%로 훨씬 더 많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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