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일보 지령 2만호 '느리지만 단단한 걸음'
경남일보 지령 2만호 '느리지만 단단한 걸음'
  • 김지원
  • 승인 2023.10.0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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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창간 이래 두번의 폐간과 복간 거쳐 114년만에 2만호 지령 펴내
경남일보가 지령 2만호를 맞았다. 백년 하고도 열 네해. 경남일보가 2만번째 지면을 엮어 내는데 걸린 세월이다. 1년 52주, 주 6일 신문을 발행하면 1년에 312개의 지령이 쌓인다. 주 5일 근무가 정착된 지금을 감안해도 64, 65년을 빚으면 이룰 수 있는 숫자가 2만호다. 경남일보는 왜 이렇게 오랜 세월이 걸려 2만호를 내게 되었을까.

1909년 탄생한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일간지’ 경남일보는 실학의 정신과 계몽의 사명감으로 지역언론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진주성 성내 1동에 본사를 두고 지방 최초로 활판인쇄시설을 갖춘 번듯한 신문사였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일제강점기에 돌입하고 탄압과 재정난에 시달리며 일간, 격일간 발행을 거듭했다. 말뚝활자로 박힌 지면, 압수 처분 당한 지면…. 혼돈의 시절 근근히 이어왔던 지역언론의 첫 도전은 1915년 1월을 끝으로 꺾였다.

긴 침묵의 시기를 지나, 광복 이듬해 경남일보는 다시 윤전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폐간된지 32년만인 1946년 3월 1일, 중창간을 맞은 두번째 도전. 항일 정신은 반공의 기치를 더해 창간의 정신을 이어나갔다. 민족전쟁의 참화에도 다시 피운 언론의 꽃은 꺾이지 않았다. 전선이 남하해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던 지리산에 특파원을 파견하며 경일혼을 키워나갔다.

참혹한 전쟁의 틈새로 개천예술제의 정신도 이어나갔으니 지역민과 함께 희로애락을 살아낸 세월이 경남일보의 지령으로 차곡차곡 쌓여왔다. 전란으로 사옥과 시설이 불탄 때에도 신문발행에 혼을 쏟아온 세월이었다.

나라 잃은 한을 풀어 낸 매천 선생의 절필시를 실어온 지면이었다. 마지막 빨치산의 생을 담아온 지면이었다. 개천예술제 걸음마를 함께 해 온 지면이었다.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를 처음 보도하며 지역신문의 위세를 떨쳐온 지면이었다.

대한민국의 번영과 함께 정론직필의 행보를 이어나가던 경남일보가 두번째 좌초한 사건. 언론통폐합. 전두환 신군부의 군홧발 아래 폐간이라는 가슴아픈 작별을 고한 지 9년. 불사조 경남일보는 다시 한번 복간의 시동을 걸었다. 폐간의 협박 속에도 지켜온 경남일보의 제호가 다시 도민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34년. 육십령을 뚫고 고속버스가 다니고, IMF 구제금융을 딛고 두번째 올림픽도 치렀다. 진삼선 철도의 꿈이 남부내륙철도로 되살아나고, 강 건너 땅에는 혁신도시가 섰다. 그 세월을 담아온 것은 경남일보의 일.

하늘 높고, 바람 청명한 시월 상달. 경남일보는 두 번의 기념일을 맞이한다. 오늘 경남일보의 이름으로 쌓아 올린 지령 2만호. 다가오는 10월 15일 창간 114주년의 생일. 유난히 길고 부침 많았던 세월을 되돌아 보며 지령 2만호의 아침을 맞이한다.

‘향토의 횃불’이 되고자 하던 선배들의 경일혼을 돌아보며 참되고 바른 언론의 약속을 다시 다짐하는 아침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록하고 지역민의 삶을 함께 나누며 세월로 빚어낸 지령 2만호, 그 감격의 지면을 한결 같은 마음으로 독자님들의 문 앞으로 배달한다.

김지원기자 good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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