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명사상과 한국기업가정신
[기고]남명사상과 한국기업가정신
  • 경남일보
  • 승인 2023.10.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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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식 한국선비문화연구원장
최구식 한국선비문화연구원장


지난 7월 열렸던 ‘K기업가정신 진주 국제포럼’ 전 과정에 참석했다. 우리나라 역사에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아서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세계사의 기적이다. 원래 선진국이 지금도 선진국이다. 출발할 때 앞에 섰던 나라가 지금도 앞에 있는 것이다. 유일한 예외가 우리나라인데 더 놀라운 것은 끝에 매달려가는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선두그룹으로 치고 나갈 기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유교 자본주의라는 말이 있지만 유교가 성했던 나라가 어디 우리 밖에 없었나.

이 현대사의 미스터리를 풀고자 하는 야심적인 시도가 바로 그 포럼이었다. 포럼은 기업가정신 수도 진주 5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포럼에는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아이만 타라비쉬 당시 회장과 김기찬 회장(가톨릭대·경영학)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ICSB는 기업가정신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기관으로 85개국에 회원이 있고 저널(JSBM)에만 6만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가정신 확산을 통한 중소기업 창업으로 인류의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목적으로 OECD 등 주요 국제기구와 관계가 깊다.

포럼의 결론은 남명이었다. 진주가 기업가정신의 수도로 선정된 이유는 삼성, LG, GS, 효성 등 글로벌기업 창업주들이 대거 탄생했다는 점이다. 진주는 남명 조식(1501~1572)과 제자 집안이 대대로 살아온 곳인데 연구를 해보니 창업주의 기업이념이 남명과 직간접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더라는 것이다.

조규일 진주시장의 배려로 마지막 행사는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열렸다. 60세에 아예 진주로 이사해 제자를 길렀던 현장을 확인시켜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남명이 살았던 시대는 이기론과 사단칠정론의 시대였다. 이기일원 이발기발 등 말을 위한 말, 논쟁을 위한 논쟁만 있을 뿐 백성들 먹고사는 현실의 문제는 논의 밖이었다. 노자장자를 읽으니 진정한 학자가 아니라고 공격받는 바람에 남명마저 스스로를 방어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 시절에 남명은 ‘그림의 떡은 배가 부르지 않다’. ‘천도(天道) 같은 소리할 시간 있거든 빗자루로 마당이나 쓸어라’, ‘자는 집집마다 있는 것이지만 어떤 사람은 곤룡포를 만들고 어떤 사람은 버선도 못만든다’, ‘하늘이 아니라 사람의 일이 먼저다’고 했다. 요새 말로 하면 비즈니스에 대해 유일하게 언급한 사람이 남명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세월을 견디지 못했겠지만 남명의 말씀은 수백년을 살아남았다. 20세기, 근대 비즈니스 개념이 처음 도입됐다. 진주와 비즈니스의 첫 만남을 나는 이렇게 상상한다. 남명말씀이 마치 유증(油烝)처럼 진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성냥을 한 개비 긋는다. 펑. 대폭발이 일어난다.”

이 말을 할 때 준비해간 성냥을 실제로 그어 불을 붙였더니 타라비쉬 회장이 불쑥 나와 기념품 하겠다며 성냥갑을 가져가버렸다. 작은 성냥갑이 흔치 않아 다시 구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말하고자 했던 바는 어느 정도 전해진 것 같았다.

47회 남명제가 20~21일 연구원에서 열린다. 첫날 국제학술회의는 7월 포럼의 후속편이다. ‘남명사상, K기업가정신의 뿌리’라는 제목 하에 김기찬, 타라비쉬 두분이 다시 나와 ‘한국 기업가정신의 원류’, ‘한국 기업가정신과 남명사상’에 대해 발표한다.

남명사상은 과거용 국내용이 아니라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다. 4백년전만 아니라 오늘도 통하고 우리나라만 아니라 세계에도 통하는 사상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다. 세계로 미래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는데 마침내 ICSB라는 발사체를 만났다.

ICSB를 타고 남명사상이 온 세상으로 아득한 미래로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날이 오면 대한민국은 세상의 중심이 되고 진주는 그 심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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