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녹색갈증’ 해소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
[농업이야기]‘녹색갈증’ 해소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
  • 경남일보
  • 승인 2023.10.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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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봉 경남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 치유농업담당 농촌지도사
지금 우리들은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 한국의 주민등록상 총 인구 중 91%(4729만명)가 도시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고층빌딩이나 아파트와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서 바쁜 일상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옆집, 윗집의 이웃사촌을 반기기보다는 경계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심지어 다툼으로 인해서 극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속에 작은 씨앗 하나가 그들의 심신을 건강하게 해주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하버드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윌슨에 의하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은 자연에 맞도록 설정되어 있으며 오늘의 현대인들은 갑갑한 도시생활 속에 다양한 스트레스를 격을 수 밖에 없으며 이들은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녹색갈증(biophilia)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으로 농업을 실천하는 것을 추천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로 바쁜 평일을 보내고 주말이면 도심지를 벗어나 농촌으로 가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농업·농촌을 활용, 국민들의 심신 치유와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하여 치유농장, 농촌교육농장, 농촌체험농장과 같은 다양한 농업활동이나 휴식이 가능한 장소를 육성 하였다. 이 장소들을 주말이나 여가시간을 이용해 방문해 보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들 공간에서 충분히 직·간접체험을 통해서 녹색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두 번째로 멀지 않은 곳에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마련해 직접 고추도 심고 상추에 물도 주며 가족들과 함께 도시농부가 되어서 농사활동을 통해서 생명의 가치를 배우는 기회를 가져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이런 활동을 도시농업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최근 정부에서는 제3차 도시농업 육성 5개년 계획(2023~2027)을 발표하고 관련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 기준 200만명이 도시농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2010년 보다 1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어 이는 녹색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욕구에 따른 자연적인 상황이라 생각된다. 개인이 주말농장을 소유하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 봄이 되면 텃밭을 분양하여 도시농업을 장려하고 있으니 내년 봄에는 꼭 나만의 텃밭에서 수확한 상추와 고추를 한입 배어 먹으며 고기파티를 한다면 녹색갈증이 다소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끝으로 우리생활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공간인 가정이나 사무실에 반려식물을 키워보는 것이 어떨까? 반려식물은 곁에 가까이 두고 교감하며 정서적인 만족감을 얻는 식물을 말한다. 이는 값이 비싸거나 가꾸기 어려운 희귀식물의 개념이 아니라 작은 화단을 조성하거나 실내에서 기르기 쉬운 관엽식물을 가꾸는 것으로 손쉽게 시작할 수 있기에 1년 내내 옆에 두고 초록을 감상하며 녹색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다. 이는 반려식물을 가꾸는 과정에 새로운 잎과 꽃, 열매를 보며 시각은 물론 오감을 자극 시켜주며 가꾸는 사람에게 성취감과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니 자신에게 적합한 반려식물 한그루를 곁에 두기를 추천한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도시의 콘크리트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필자의 과거 생각에 잠시 미소를 머금어 본다. 나의 부친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하였다. 그것은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아들의 걱정과 관심의 안부전화가 아닌 옥상에서 키우고 있는 반려식물인 ‘고추’ 녀석에게 전하는 안부였고 물을 주라는 지령이였다.

그때는 왜 그렇게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고 반감만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매마른 고추 텃밭상자 흙에 물을 줄 때 마다 그녀석에게 가뭄속의 단비를 내려주는 것 같은 미묘한 희열이 느껴졌던 것 같다. 그때의 배움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 또한 집으로 전화를 걸어 마당에 있는 반려식물들에게 물을 주라고 가족에게 지령아닌 지령을 내리는 모습을 보니 과거 생각에 헛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런 나의 경험들과 녹색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추천한 방법들을 통해서 나의 자녀들 그리고 심신이 지친 이들의 녹색갈증을 해소하고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과 농업의 가치를 깨우치도록 마음속에 뿌려놓은 녹색씨앗이 싹트는 날을 간절히 기다려 본다.


 
하준봉 경남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 치유농업담당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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