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이 정보는 믿을 만한가?
[경일춘추]이 정보는 믿을 만한가?
  • 경남일보
  • 승인 2023.10.18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윤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김종윤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이다. 오래전 과거는 노인이 존중을 받았던 시대였다. 삶을 오래 경험한 노인일수록 사람 간의 관계와 도리에 대해, 세상과 우주에 대한 이치에 지혜와 통찰력을 보였다. 마을에 전염병이 돌거나 가뭄이 들면, 몇십여 년 전의 유사한 문제 해결 방법을 떠올리며 노인은 마을 사람의 대소사에 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지 않던 시절이었으므로 노인의 경험과 지혜는 여전히 믿을 만했고, 그만큼 존중받고 널리 받아들여졌다.

인쇄물이 발달하면서 현명한 노인의 자리를 책이 대신하게 됐고 사람들은 책을 읽고 세상을 배워나갔다. 책은 보통 소설가나 시인, 대학 교수, 관련 분야의 전문가와 같은 한정된 인물이 썼고, 출판사는 검증된 필자들을 찾아 나섰다. 작가와 출판사의 협업으로 나타난 책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이해하고 지식을 쌓는 토대가 됐다. 백과사전은 지식의 보고였고, 지도책은 세계에 대한 공간적 표상이었으며, 역사서는 나와 우리의 뿌리와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의 기록이었다.

현대의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서 지식과 정보가 폭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고, 듣거나 알게 된 소식을 인터넷 공간에 올리고 소통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이제는 누구나 ‘노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글을 올린 필자는 과거와 같은 지혜로운 노인이 아니며, 인터넷의 공간에서 작성된 글은 출판사의 검토나 검열을 거치지 않아도 소통된다. 그러한 점에서 인터넷에 소통되는 정보들은 정확성이나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 저명한 외국 대학의 한 유명 교수가 자신의 사진, 소개글과 함께 재테크 비법을 공개한다는 내용을 소셜 미디어(SNS)에서 보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분이 그러한 광고를 하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돼, 그 광고를 캡처하여 이메일을 보냈다. 며칠 후에 그분에게서 그 광고는 본인이 한 것이 아니라 조작된 것이라며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답신을 받았다.

오늘도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과 뉴스를 공유하며 정보를 소비한다. 정보의 광장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소중하고 필요한 정보와, 다른 이를 현혹하기 위해 만든 부정확하고 거짓된 정보가 뒤섞여 있다. 이제는 인터넷 공간에서 사진과 활자로 돌아다니는 정보들을 쉽사리 믿고 반응하기보다는, 한 호흡 쉬고 따져보면서 분별 있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 정보는 믿을 만한가?’라고. 그것이 오늘날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이 강조되는 하나의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