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대기석에 물끄러미 앉아
멀리 가는 편지를 부치는 손을 본다
손은 띄워 보낼 사연이 있어서 좋겠다
기다려 주는 오랜 눈이 있어서 빛나겠다
반가운 소식을 가슴에서 꺼내
혓바닥에 우표를 붙여 창구에 넣고 돌아서는 얼굴이 환하다
우표맛을 잊지 못하는 그대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피봉을 뜯는 손을 그리며
의자에 답신을 눌러 붙이고 앉아
기다리는 이름을 노을에 적어보는 시간
초록 물고기 잎에 써 보내는 연서
답을 기다리는 고목이 된 마로니에다
멀리 가는 편지를 부치는 손을 본다
손은 띄워 보낼 사연이 있어서 좋겠다
기다려 주는 오랜 눈이 있어서 빛나겠다
반가운 소식을 가슴에서 꺼내
혓바닥에 우표를 붙여 창구에 넣고 돌아서는 얼굴이 환하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피봉을 뜯는 손을 그리며
의자에 답신을 눌러 붙이고 앉아
기다리는 이름을 노을에 적어보는 시간
초록 물고기 잎에 써 보내는 연서
답을 기다리는 고목이 된 마로니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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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행복한 게 있어요. 오직 받는 사람의 기호를 생각하여 고르고 맞추고, 받았을 때의 표정까지 그려보면서 설레죠. 그런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은 말로 표현 못 하게 큰 것 같아요. 편지가 그중 하나예요. 저는 편지 세대인데요. 10년 전까지는 편지를 자주 썼어요. 예쁜 편지지에 그림을 그려서 꾸미기도 하고요. 그렇게 꾹꾹 눌러쓴 편지에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으면 그때부터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피봉을 뜯는 손을 그리’는 거예요. 답신은 꼭 편지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보내는 마음이 그냥 좋으니까요. 제 아이들도 편지를 자주 보내줘요. 올해는 가을이 일찍 왔어. 이런 말을 첫인사에 앉히고, 그러면 저는 저녁이 늦게 오면 좋겠어라고 엉뚱한 답신을 보내죠. 그러던 게 어느 때부터 생각이 굼뜨고 손이 게을러지면서 간편하게 메시지나 메일을 이용하게 되었어요. 이 계절에 다시 ‘손은 띄워 보낼 사연이 있어서 좋겠다. 기다려 주는 오랜 눈이 있어서 빛나겠다’ 이런 문장으로 편지를 쓸까 봐요. 누군가에게 가닿을 다정을 생각하면서 가을이 가기 전에 ‘기다리는 이름을 노을에 적어’ 부칠까 봐요. 통영문학상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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