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텃밭
[천왕봉] 텃밭
  • 경남일보
  • 승인 2023.10.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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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텃밭은 집터에 딸리거나 집 부근에 있는 작은 규모의 밭뙈기다. 농가에서 온갖 푸성귀를 많지 않게 가추가추 걸우어먹는 땅. 우리네 옛 어른들은 남새밭이라 일렀다. 집 울타리 안의 작은 밭 ‘터앝’과도 비슷한 말이지만 집터를 벗어나 있어도 집과 가까우면 텃밭이라 했다. 고향이란 낱말만큼이나 정겨운 어휘다.

▶가난한 농가에게 텃밭은 로망이었다. 철철이 갈아 심는 시금치 부추 달래 상추 쪽파 들깨 가지 토란 봄동 오이 완두콩 호박 풋고추 두어 그루…. 갖가지 채소를 조금씩 자가 먹거리로 가꾸는 땅. 그런 텃밭 못 가진 시골 사람도 많았다. 이들에게 이웃의 채마밭은 볼 때마다 부럽고 아쉬웠다. 하지만 다들 도시로 떠나버린 요즘은 텃밭이 그리 귀하지 않다.

▶텃밭은 시골 마을의 정서만도 아니다. 오늘날은 도시민들도 개발제한구역 같은 데나 변두리 나대지에 취미로 많이들 일군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만 텃밭을 좋아하는 게 아닌 듯하다. 근래 우리네 호미가 텃밭 가꾸기(Home Gardenig)의 필수품이란 입소문이 미국 사람들에게 퍼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20~30달러씩에 신나게 팔린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텃밭과 호미가 ‘농업 한류’의 한 아이템이 된 셈.

▶텃밭 가꾸기가 수면(睡眠)의 질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농촌진흥청이 밝혀 눈길을 끈다. 수면 장애를 겪는 이들을 샘플링하여 추적 조사를 해 본 모양이다. 가족에게 작물 가꾸기의 색다른 즐거움과, 손수 걸운 채소를 먹는 기쁨을 주고 여기에다 잠도 잘 자게 해준다는 텃밭 농사. 여태 그 재미 모른다면 한 두둑 일궈 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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