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극단 ‘도가니’ 연습 현장 열기 가득
경남도립극단 ‘도가니’ 연습 현장 열기 가득
  • 백지영
  • 승인 2023.10.26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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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불태워 죽이든 목매달아 죽이든, 난 악마를 본 적도, 마법을 본 적도 없소!”

“으아아아악!”(전기라도 맞은 듯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상대)

“조지 제이콥스, 악마와 결탁해 앨리스 파커 양에 대한 살해를 기도한 죄로 교수형에 처할 것을 명함.”

‘마녀사냥’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다루는 현대 고전 명작 ‘도가니’. 경남도립극단이 지난 8월 부임한 최원석 예술감독 체제로 선보이는 첫 작품으로, 오는 11월 16~18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오른다.

공연을 한 달여 앞두고 연습이 5부 능선에 접어든 지난 20일 오후, 진주 경남도립예술단 창작관 연습실에서 마주한 연습 현장은 작품만큼이나 치열했다.

17세기 미국 마녀사냥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낯선 소재지만 작품 속에서 마주하는 인간 군상은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마주한 익숙한 모습이었다.

남편의 무죄를 호소하는 아내의 절박함,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과거 거짓 증언 고백에 나선 소녀의 망설임, 아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내며 재판관을 설득하려는 남편의 처절함.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의 명작 ‘도가니’는 국내에서 ‘시련’이라는 이름으로 익히 알려진 작품이다. 점잖은 번역 대신 작품의 득실거리는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원작 ‘The Crucible’을 직역한 ‘도가니’, 즉 용광로라는 제목을 택했다. 제목 선정 배경을 들은 후라서일까, 연습에 나선 제작진과 배우들의 모습에서도 무언가 들끓는 느낌이 전해지는 듯했다.

최 예술감독은 대사 속도, 손동작, 배우의 위치, 소품이 놓인 방향 등 작품 전반을 꼼꼼히 점검했다. 배우들 역시 맡은 역할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전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악마에게 저주받은 연기를 하는 소녀들이 바닥에 온몸을 내던지고 눈을 까뒤집으며 경련하는 모습에 괜히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존 프록터 역 한갑수 배우는 “감정 변화의 폭이 큰 배역이고 대사량도 엄청나다. 오랜만에 주인공을 맡게 돼 더 에너지를 쏟게 되는 것 같다”며 “소규모 지역 극단에서는 하기 힘든 대작을 선보이게 된 만큼, 모두 사명감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도립극단은 4시간에 가까운 원작에서 한국인이 이해하기 힘든 미국식 유머·지명 등은 걷어내고 3시간으로 줄인 작품을 선보인다. 1막부터 4막까지 막마다 모두 약육강식과 투쟁, 결투, 연민 등 기승전결이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느슨하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연출과 함께 작품 각색에도 직접 나선 최 예술감독은 “3시간이 길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순삭(‘순간 삭제’의 줄임말)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있다”며 “고전 연극이 지루한 게 아니라 재밌다는 사실을 느끼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지난 20일 진주 경남도립예술단 창작관 연습실에서 경남도립극단 배우들이 정기공연 ‘도가니’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지난 20일 진주 경남도립예술단 창작관 연습실에서 경남도립극단 배우들이 정기공연 ‘도가니’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지난 20일 진주 경남도립예술단 창작관 연습실에서 경남도립극단 배우들이 정기공연 ‘도가니’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지난 20일 진주 경남도립예술단 창작관 연습실에서 경남도립극단 배우들이 정기공연 ‘도가니’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지난 20일 진주 경남도립예술단 창작관 연습실에서 경남도립극단 배우들이 정기공연 ‘도가니’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지난 20일 진주 경남도립예술단 창작관 연습실에서 경남도립극단 배우들이 정기공연 ‘도가니’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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