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해상왕국 소가야 찬란한 역사 잠든 곳
[특집]해상왕국 소가야 찬란한 역사 잠든 곳
  • 이웅재
  • 승인 2023.10.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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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남부 대외교류 주도 독보적인 정치체
봉토 축조에 점토 덩어리 사용 고분특성 보여
신라·왜계 유물 출토…해상왕국 면모 드러나
정밀발굴조사 등 소가야 유적 종합정비 추진
고성 송학동고분군을 포함한 영호남 가야고분군 7곳이 지난 17일 우리나라 16번째로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가야고분군’은 1~6세기에 걸쳐 한반도 남부를 중심으로 터를 잡았던 각 가야 정치체의 고분군이다. 그동안 고성군을 비롯해 김해, 함안, 창녕, 합천, 고령, 남원 등의 7개 지자체, 경상남·북도, 전라북도 등 3개 광역자치단체와 문화재청이 연속유산으로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는데 지난 9월 10일 부터 25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 해상왕국 소가야를 뒷받침하는 유물이 다량 출토된 고성 송학동고분군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고성 송학동고분군 전경
◇선 봉토 후 매장 방식 특징

가야고분군은 동북아시아 고분문화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각 가야 정치체가 공존하며 한반도 남부에서 대외교류를 주도했던 독보적인 증거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고성 송학동고분군은 소가야의 중심고분군으로 5~6세기 후기 가야의 대외교류를 주도했던 소가야 정치체를 대표하며 고성의 심벌마크와 같은 존재이다. 고성 송학동고분군은 다른 가야고분군들과는 달리 선봉토 후매장 방식으로 먼저 봉토를 축조한 뒤 상부를 굴착해 석곽 또는 석실을 조성하는 분구묘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봉토를 축조할 때 석재를 사용하지 않고 물성이 다른 점토 덩어리만을 활용하는 점은 소가야 만의 특징이다.

고성 송학동고분군은 현재 14기의 고분으로 남아 있다.

북쪽으로는 송학동고분군의 일원인 기월리 고분군들이 있고, 동쪽으로는 소가야 대표 생활유적 동외동유적이 남아 있다. 송학동고분군은 소가야 왕들의 분묘로 추정되고 있다. 정상부에 위치한 1호분이 과거에는 겉모양이 일본의 전방후원분과 닮아 논쟁이 있었으나 발굴조사 결과 단독의 매장 주체부를 가지는 전방 후원분과 달리 가야 고유의 양식으로 3기의 봉토분이 연접해 축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횡혈식 석실인 1B-1호분은 석실내부 벽면이 붉은색으로 칠해진 채색고분으로 약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중엽에 조성된 소가야 지배층의 무덤으로 확인됐다.

 
1999년 동아대학교 발굴단이 조사한 고성 송학동고분 2호분 석실 내부 모습(채색고분)
◇해상 교류 유물 다량 출토

고성 송학동고분군에서는 재지계(在地係) 유물을 비롯해 신라·영산·왜계 유물들이 다량 출토됨으로써 남해안을 중심으로 성장한 해상왕국 소가야의 면모을 보여준다. 주요 출토 유물은 토기류와 금동귀걸이, 금동장식과 유공광구소호, 패제운주 등이 있다. 패제 운주는 말장구에서 혁대가 교차하는 부분을 서로 엮어 연결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장식용말 갖춤새의 중 하나인 운주의 가운데를 비워 열도 남방의 바다에서만 채집되는 청자고둥 껍질을 가공해 장식으로 사용하는 등 6세기 당시 왜와의 해상교류 관계를 알 수 있다.

소가야의 대외교류는 경남 고성군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된 것으로 보인다. 송학동고분군에서 토기와 금동제고배, 신라계 장식 마구, 일본계 토기와 장식 등이 다량 출토됐다. 남해안의 중심 고성의 지리적 장점을 이용해 백제-가야-일본으로 이어지는 소가야의 활발했던 해상무역을 증명하는 유물이라 할 수 있다.

1914년 일본인 학자들이 구릉의 정상부에 위치한 1호분을 발굴조사 했으나 내용은 전해지지 않는다. 1984년과 1994년 송학동고분군 일대에 대한 지표조사가 실시돼 일대가 소가야 왕릉군일 것으로 보고된 후 1984년 지표조사에서 송학동고분군 및 기월리고분군 총 15기 고총이, 1994년 지표조사에서 송학동고분군과 기월리고분군의 고총 11기가 보고됐다. 1999년에 송학동고분군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동아대학교 발굴단에서 1호분 발굴조사에서 3기의 봉토분과 18기의 매장주체부가 확인됐다.

이 중 1A호분은 수혈식석곽묘, 1B호분과 1C호분은 횡혈식석실묘가 연접됨을 밝히고 백제지역 고분과 유사한 분구묘로 확인됐다. 이 후 2011년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에서 송학동고분군 13호분에 대한 발굴조사가 실시됐다. 2020년 삼강문화재연구원에서 7호분 남쪽 부분 확장조사로 주구와 봉토축조 공정을 파악하기 위한 발굴조사를 실시했으며, 2021년 7호분 정밀발굴조사 지표에서 나타난 7호분은 매장주체부 없이 하부 봉토만 남아 있는 것이 파악됐다. 현재 문화재 지정구역 범위보다 실체 유구의 범위가 더 넓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누에고치모양 주구(이른바 잠형주구 혹은 단절형주구)가 둘러져 있는 특징이 있다. 이는 이미 발굴되었던 1·13호분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고성 송학동고분군 특유의 특징으로 꼽힌다.

 
고성 송학동고분군 위치도
◇종합정비계획 착실히 시행

고성군은 7호분 정밀발굴조사 성과를 토대로 2022년 7호분 주변 지정구역 2404㎡를 확대해 2024년 국비총액사업 27억 8000만원을 확보, 토지매입 후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발굴조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군은 그동안 축적된 고성 송학동고분군의 연구성과와 함께 지금까지 진행된 발굴성과를 한자리에서 살펴보고 향후 고분군의 보존관리 및 발전방향을 모색코자 ‘고성 송학동고분군 종합정비계획’을 시행, 2023년 9월 문화재청 승인을 얻어 세계유산으로서의 정비방안부터 활용계획까지 완성할 예정이다.

승인된 ‘고성 송학동고분군 종합정비계획’에 따라 고성 송학동고분군을 단기계획으로 우선 14·15·16호분 일원의 학술조사, 미지정 구간에 대한 국가사적 지정구역의 포함을 위한 문화재 지정구역 확대, 토지매입, 정비를 우선으로 고성 송학동고분군 일원의 전선지중화, 방문객 대비 및 유산의 보존관리 등 세계유산으로서 가치 확보 및 미정비 고분군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정비를 수행할 예정이다.

종합정비계획의 선도사업으로 고성 송학동고분군 14호분 시굴조사 및 비지정문화재인 15·16호분 시굴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 결과 문화재 지정구역의 확대 및 정밀발굴조사 시행 등 소가야 유적의 종합정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상근 고성군수는 “소가야의 찬란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고성 송학동고분군이 7개 가야고분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되기까지는 많은 전문가의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군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열심히 노력한 역사적 산물이다”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거듭나 ‘세계유산 도시 고성건설’에 전 군민의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웅재기자·사진=고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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