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머리산 구릉 위로 늘어선 500년 아라가야 역사
우두머리산 구릉 위로 늘어선 500년 아라가야 역사
  • 여선동
  • 승인 2023.11.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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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문화와 기술력 담긴 유물들
말갑옷·별자리 새긴 덮개석도 화제
현재까지 250여기 고분 조사 이어져
세계유산 함안 말이산고분군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 중 가장 오랜 기간 조영된 말이산고분군은 금관가야, 대가야와 함께 가야세력을 주도하던 아라가야의 왕릉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지 위서동이전에서 가야소국을 대표하던 안야국으로 기록된 아라가야는 함안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해 4세기 무렵에는 아라가야의 토기가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에까지 퍼지는 전성기를 구가하며 5~6세기에 그 절정을 맞이하게 된다. 이후 아라가야는 신라, 백제의 침략에 맞서는 가야세력의 중추로서 가야세력 부흥을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한다.

이러한 아라가야의 왕릉인 말이산고분군은 안야국 단계의 널무덤부터 덧널무덤, 돌덧널무덤, 굴식돌방무덤까지 모든 형태의 고분이 확인되는 유일한 고분군으로 그 유구한 역사성을 증명하고 있다. 아울러 고분에서 출토된 정교하고 예술적으로 만들어진 상형토기들은 그 옛날 아라가야인들의 찬란했던 문화와 삶의 모습, 그리고 뛰어난 기술력을 느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약 500년간 이어진 아라가야의 유구한 역사를 증명하듯 드넓게 펼쳐진 말이산고분군의 경관은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적 가치와 더불어 제주도의 오름과 같은 원초적 압도감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두머리산 구릉에 늘어선 고분군

말이산고분군은 1963년 사적 제84호 도항리고분군, 제85호 말산리고분군으로 분리지정됐다가 2011년 본래의 이름인 말이산고분군으로 통합지정되었다. ‘말이산’은 우리말 ‘(우두)머리산’을 한자의 음만 따서 표기한 것으로 1587년 편찬된 사찬읍지인 함주지(咸州誌)에서부터 그 이름이 전해온다.

가야읍의 중심부에 남북으로 2㎞의 길이로 우뚝 솟은 해발 40~60m의 구릉 위에 조영된 말이산고분군은 북서쪽으로는 약 1㎞지점에 이전 남문외고분군으로 불리우던 말이산고분군의 서릉(西陵)과 아라가야의 왕성지인 가야리유적이 위치하고 있으며 다시 북쪽으로 뻗은 법수산 자락에는 아라가야의 토기를 생산하던 대규모 토기생산유적들이 위치하고 있어 그 옛날 아라가야 왕도의 모습이 완연히 보존되어 있다.

1954년 항공지도를 보면 말이산고분군의 능선이 북쪽으로 더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는데 1923년 경전선 철도 개설로 인해 북쪽능선의 일부가 잘려나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1992년 잘려나간 북쪽 능선의 아파트 공사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완전한 형태의 말갑옷이 출토된 마갑총이 발굴됐다.


◇함안박물관 건립 유물 보존·전시

말이산고분군에 대한 조사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부터 시작돼 1914년 1호분, 1917년 4호분과 25호분, 1918년 12호분과 13호분이 발굴됐으나 조사내용과 유물이 전하는 것은 말이산 4호분이 유일하며 나머지는 사진 몇 장과 약간의 도면만이 보고됐다.

말이산고분군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는 1992년 마갑총 발굴조사를 계기로 시작된다. 1992년 말이산고분군 북쪽 경계에서 이루어진 아파트 건설과정에서 주민의 신고로 존재가 알려진 마갑총은 국내 최초로 완전한 형태의 말갑옷과 화려한 환두대도가 출토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아라가야에 대한 연구로 이어져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現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의 5개년 발굴조사로 이어지게 됐다.

5년간의 발굴조사 결과 널무덤부터 돌방무덤까지 50여 기의 고분이 조사됐으며, 조사 결과 말이산고분군은 구릉 북쪽에서부터 남쪽으로 널무덤과 덧널무덤, 돌덧널무덤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순차적으로 조영되었음이 밝혀졌다.

함안군에서는 이러한 조사성과를 바탕으로 고분군의 역사성을 알리고 출토유물의 보존, 전시를 위해 함안박물관 건립을 추진해 2003년 개관한다. 이후 고분군의 가치회복을 위한 조사연구 및 정비사업과정에서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졌으며, 2023년 현재까지 250여기의 고분이 조사됐다.


◇세계유산 등재의 핵심적 역할

2013년 함안 말이산고분군과 김해 대성동고분군, 고령 지산동고분군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고 2018년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이 추가돼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가 본격화됐다. 이 무렵 말이산고분군에서 확인된 탁월한 조사 성과들은 주춤했던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먼저 2018년에는 일제강점기인 1918년 조사된 이후 100년 만에 재발굴한 말이산13호분에서 가야문화권에서 처음으로 밤하늘의 별자리를 새긴 덮개석이 출토되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출토유물을 통해 볼 때 5세기 후반에 조영된 말이산13호분은 무덤방의 크기가 길이 8.6m, 너비 2.1m, 높이 1.8m의 가야문화권 최대의 고분으로 무덤방을 붉은색 안료로 채색하고 천장이 되는 덮개석에 남쪽 밤하늘의 별자리를 새겨넣은 것이다. 또한 일제강점기를 1차적인 조사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무덤에서 출토된 중국제 금동허리띠 장식과 왜계 직호문 뼈장신구는 이 무덤의 주인이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음을 함께 보여준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말이산고분군의 북쪽에 위치한 말이산45호분 발굴로 가야고분군은 다시 큰 주목을 받게 된다. 1986년 창원대학교의 시굴조사에서 고분이 아닌 것으로 보고되었던 말이산45호분은 함안군에서 추진한 발굴조사를 통해 도굴되지 않은 5세기 초 아라가야의 왕릉이었음이 드러났다.


◇‘상상의 동물’ 봉황 형태 금동관 출토

우선 말이산45호분에서는 그 옛날 아라가야인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상형토기 5점이 무더기로 출토되었다. 사슴, 배, 창고, 등잔의 모양을 가진 이들 토기는 동물적 특성과 건축학적, 조선공학적 요소들을 매우 정교하게 표현한 걸작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와 더불어 말이산45호분에서는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아라가야의 왕관이 출토됐다. 두 마리의 봉황이 마주보는 형태의 금동관은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확인되는 형태의 관으로 두 봉황을 암컷과 수컷으로 명확하게 표현하여 상상의 동물인 봉황에 대하여 아라가야인들이 정확하게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투구와 갑옷, 말갑옷과 안장 장식, 대도와 창, 화살통, 방패 등 가야 기마무사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유물들이 출토됐다.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해 볼 때 45호분은 5세기초 강력한 무력을 가진 아라가야 군주의 무덤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이루어진 말이산75호분 발굴조사는 세계유산 등재 실사과정에서 가야고분군의 진정성을 보여주는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말이산고분군의 4번째 가지능선의 끝자락에 위치한 말이산75호분은 길이 8.24m, 너비 1.55m, 높이 1.9m의 구덩식돌덧널무덤으로 출토유물을 통해 볼 때 5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대형고분이다.


◇중국 남자 청자그릇, 가야 국제성 증명

조사전 무덤은 도굴의 피해를 입었으나 무덤 내부는 상대적으로 양호했으며 무덤내부에서는 대도, 창, 도끼, 금동제 화살통과 화살 등의 무기류와 말갑옷, 등자, 안장 장식, 기꽂이와 금동제 허리띠 장식과 그릇들이 출토됐다. 이와 함께 중국 남조에서 제작된 연꽃무늬 청자그릇 1점이 완연한 형태로 출토됐다.

이러한 형태의 청자그릇은 그동안 백제의 중심지인 풍납토성과 천안 용원리고분군에서 출토된 바 있으나 가야의 중심고분에서 출토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75호분의 조성시기는 남제서(南齊書)에 기록된 가라왕 하지의 사신 파견이 있던 479년과 거의 일치하는 시기로 남조와의 직접적인 교류의 증거가 아라가야에서 처음 확인된 것으로 세계유산 등재실사 과정에서 가야의 국제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소개됐다.


◇ 아라가야 왕도 모습 속속 드러나

말이산고분군의 조사성과와 더불어 아라가야 왕도의 모습도 속속들이 밝혀져 가고 있다. 2018년 아라가야의 왕성지로 알려진 가야리유적이 발견돼 2019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됐으며 2022년까지의 조사결과 한성백제의 왕성인 몽촌토성에 필적하는 가야문화권 최대 토성임이 확인됐다.

2020년에는 아라가야의 산성인 안곡산성이 조사돼 경상남도 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이듬해에는 법수면 일원에 위치한 아라가야 토기생산유적 18개소가 확인돼 발굴조사 되었으며 국가사적 지정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유적들은 왕릉인 말이산고분군과 더불어 정치적 중심지 왕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군사적, 경제적 기반시설로써 그 옛날 고구려, 백제, 신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신들만의 문명을 만들어갔던 아라가야의 국력을 증명하고 있다.


◇고분군 중심 관광 인프라 조성 추진

조근제 군수는 “가야역사 교육, 세계유산인 말이산 고분군의 보존 및 관리, 역사문화관광도시를 통한 지역발전이라는 과제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고 “전 국민이 가야 역사를 알 수 있도록 공교육 전반에 걸친 가야역사 교육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햇다. 또 “지역의 교육기관과 교육교재를 편찬하고, 가야문화권 24개 자치단체와 함께 가야사의 가치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야사의 영광을 후손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말이산 고분군을 철저하게 보존·관리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 관련법에 따른 관리와 정비로 세계유산적 가치를 지키며 지속적인 발굴과 조사로 숨겨진 고분군을 찾아 아라가야 역사를 밝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군수는 “세계유산이 된 말이산 고분군을 비롯해 가야 최대 왕궁지인 가야리유적, 가야토기생산의 보고인 아라가야토기생산유적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가야 문화의 정수들이 분포하고 있어, 아라가야 유적과 더불어 말이산 고분군을 중심으로 경관개선과 관광인프라 조성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 지역발전 도모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선동기자 sundong@gnnews.co.kr

 
말이산 고분군 야경
75호 고분군 연꽃무늬청자
말이산고분군 45호분 출토 상형도기

 
13호분 별자리 덮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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