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도의원
지난달 경남에서 한 젊은 청년 정치인이 스스로 자기 생을 마감하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그는 전직 도의원으로 농촌지역에서 진보 계열 정당으로 입후보 해 과반의 득표로 34세의 나이로 화려하게 정계에 데뷔 했었다. 도시지역이 아닌 농촌지역에서 그것도 기성 정치인이 아닌 청년 정치인이 혜성같이 나타나 지역과 경남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실패에 그쳤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체급을 올려 단체장에 도전할 만큼 정치적 역량을 키워오고 있었기 때문에 지역에서의 충격은 더욱 컸다.
물론 이 사건을 단순히 한 청년 정치인의 개인적인 사건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의 극단적 선택을 둘러싸고 있는 그의 여러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상황들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청년 정치인이기에 감내해야만 했던 여러 상황들이 그의 때 이른 비극을 재촉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필자가 체득한 청년 정치인의 현실을 되짚어 보았다.
두 번째로 정치적 측면이다. 넘치는 패기와 열정으로 의정활동에 임하는 청년 정치인들은 생소한 상황에서의 정치 현실을 온몸으로 체감하기 때문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다시 말해 청년 정치인은 말 그대로 완숙하고 경륜 있는 기성 정치인과 대비되는 유약한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더욱 보호받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것은 정치라는 공간이 가지는 근원적인 특성 즉, 승패의 구분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의 청년 정치인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 정치인들에게 놓여진 정치적 환경은 스스로 시련을 극복하고 승리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지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측면이다. 청년 정치인들은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대해 변화하고 개혁하려는 정치적 선명성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게 된다. 이에 청년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기 쉬워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되기도 한다. 특히 사회경험이 충분하지 못한 청년 정치인들이 행한 작은 실수가 침소봉대되어 정치적 타격으로 비화되는 등의 사례들은 흔히 접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청년 정치인이기에 너그럽게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인데 청년 정치인이라는 관심으로 더욱 문제 해결이 요원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청년 정치인들의 사회적 환경은 매우 엄격하고 비관용적이어서 마치 얼음판과 같다고 생각된다.
필자 역시 36살의 나이로 정계에 입문한 청년 정치인으로서 이번 사건이 매우 남다르게 느껴진다. 조금만 더 희망을 갖고 잘 버텨 주었다면, 또 주위에서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청년 정치인을 둘러싼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청년 정치인의 열정과 패기가 있는 한 그 희망으로 인해 우리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 땅의 모든 청년 정치인들에게 다시 한 번 성원을 보낸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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