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 거창교육지원청 교육장
바야흐로 수능의 계절이다. 오는 11월 16일 치러지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우리 지원청은 이미 초 비상상태에 접어들었다. 문제지는 이미 경찰의 철통같은 경호를 받으며 모처에 보관 중이다. 수능 당일이 되면 각 고사장으로 응시생 숫자에 맞춰 배포될 것이다. 시험이 끝나고 회수한 답안지를 도 교육청까지 수송하면 지원청의 수능 업무는 끝이 난다. 이 과정에서 바늘 틈만한 허점이 생겨도 안된다. 결코 안된다. 임무가 끝나는 순간까지 그야말로 질식할 듯한 긴장의 연속이다.
전쟁이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랄 수능앓이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다. 어쩌면 수능을 위한 장정은 수험생들이 태어나는 순간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모든 학생들이 이른바 ‘좋은 대학’ 진학만을 지상과제로 삼는 우리 교육과 문화 탓일 것이다. 아이의 적성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좋은 대학을 갈구했고 이를 위해 일부 부모들은 위장전입, 과도한 사교육, 심지어 부모나 지인 찬스까지 서슴없이 자행했다. 교육계에 몸 담은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도 참담한 사건을 수없이 목격했다.
초중고 12년 간의 학교 생활, 모든 학생이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너나없이 내몰린 경쟁에 지치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는데도 실패했을지 모른다. 이런 모순을 잘 알고 있는 교육계는 그동안 수없이 제도와 교육과정을 고치며 우리 아이들을 전인적 인간, 종합형 인재로 키우기 위해 나름 애를 써왔다. 그러나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수능이 능사가 아니며 대학선택이 인생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많은 제자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좋은 대학과 행복과 성공한 인생 사이에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수 없이 목격해 왔다. 당장은 크게 위안이 안 될지 모르겠지만 수험생과 그 가족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인생은 수능 한판 승부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수능앓이, 이상은 잠시 제쳐두고 교문 앞에서 두 손 모으고 있는 부모의 심정으로 모든 수험생들의 행운을 빈다. 그리고 수능이라는 이 과정이 젊은 그들의 긴 인생에 좋은 경험과 교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수험생들에게 감귤 하나 나눠주며 간절함과 응원의 마음을 대신했다. 2024년 수능, 올해도 무사히….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