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연극제가 끝나고 난 뒤
[경일춘추]연극제가 끝나고 난 뒤
  • 경남일보
  • 승인 2023.11.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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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 거창교육지원청 교육장
 

 

이 글의 제목만 얼핏 보고 오래 전 대학가요제에 나왔던 가요를 떠올리거나 비슷한 제목의 드라마를 떠올리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제목이 다르다. 가요와 드라마의 제목은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이지만 이 글의 제목은 ‘연극제가 끝나고 난 뒤’이다.

지난 20일부터 나흘 간, 거창문화센터 무대에서 제1회 거창학생연극제가 열렸다. 거창의 초중고 12개 팀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 연극제가 열린 무대는 400여 객석을 갖춘 최신 시설 최고의 무대였다. 소공연장이 아니라 전문 배우들의 무대에 섰다는 자체만으로 학생 배우들의 자부심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초등학생 팀이 가장 많았다. 극장 관계자들, 심사위원, 관계공무원 등 대부분이 ‘아이배우’들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막상 막이 오르자 관객들의 반응은 전혀 달라졌다.

무대 위의 ‘아이배우’들은 전문 배우 못지않은 열정으로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대사도 동작도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배우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보는 동안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관객들도 숨을 죽인 채 배우들을 주시했다. 재잘거리던 꼬마 관객들도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배우들을 보며 환호하고 손뼉 치며 호응했다. 무대가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어른 스태프들도 최선을 다했다. 리허설부터 본 무대까지 조명 음향 무대장치 등을 세심하게 보살펴주었다.

“많은 무대를 봐 왔지만 우리 학생들 놀랍습니다. 정말 보람이 느껴집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조명과 음향 일을 해왔다는 어느 사장님의 말씀이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거창국제연극제, 거창겨울연극제 등 ‘연극수도’답게 거창은 많은 연극제가 있다. 여기에 학생연극제를 하겠다고 하니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만을 위한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연극특화교육을 한다면서 학생들만의 무대가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많은 교장선생님과 교사들이 호응해 주셨다. 도교육청에서도 어렵사리 예산을 마련해 주었다.

환호와 눈물과 웃음 속에 제1회 거창학생연극제는 끝이 났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앉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노래는 무대가 끝난 뒤의 허전함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달랐다.

연극제가 끝나고 난 뒤 바라본 무대, 어떤 ‘꽉참’이 느껴졌다. ‘희망과 미래를 담다’ 제1회 거창학생연극제는 그러했고 그러할 것이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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