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꼰대, 어른 그리고 동료
[경일춘추]꼰대, 어른 그리고 동료
  • 경남일보
  • 승인 2023.11.29 1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윤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김종윤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꼰대’, 과거에는 노인이나 선생님을 뜻하는 은어였으나 최근에는 ‘자기 경험을 일반화해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는 사람’으로 통용된다. 이때 꼰대는 꼭 나이와 관련해 대상을 한정하지 않는다. 젊꼰(젊은 꼰대)이라는 말이 있듯, 꼰대는 주위의 사람들에 공감하지 못하며, 자기 경험과 지식을 과신하며 가르치려고만 드는 사람이다. 직장이나 다른 공간에서 피할 수 없으니 마주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꼰대 곁에 가기를 꺼려한다. 실상 이런 사람은 우리 주변에 늘 있다.(주변에 꼰대가 없다면 내가 꼰대인지 생각해 보자.)

다른 한편, ‘어른’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보통 이 말은 아이와 대비되는 성인을 가리키지만, 자신보다 나이, 지위, 항렬이 높은 사람을 지칭한다. 그런데 어른이라는 말에는 존경의 뉘앙스가 포함돼 있다. 이때 어른은 집단, 마을, 혹은 공동체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받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 사라져간다’라는 말은 존경하며 따르고 싶은, 귀감이 되는 어른을 주위에서 찾기 힘들다는 아쉬움의 발로에서 나온 말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어른 김장하’의 주인공은 우리 사회에서 닮고 싶은 어른의 표상이다. 그는 어른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베풀며 삶의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과 울림을 준다. 자신의 선행이나 업적을 드러내기보다는 검소하고 평범하게 우리의 이웃이자 어른으로 살아오셨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이러한 어른에게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며 곁에 머물고 싶어 한다.

그런데 빅데이터 분석가이자 작가인 송길영은 최근 ‘시대예보’라는 책에서 우리 사회가 지능화·고령화로 인해 기존 권위 중심의 장유유서 사회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하는 개인의 시대를 맞이하리라 예측한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어떠한 사람으로 남아 있을지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나는 꼰대가 되기는 싫고, 어른이 될 자신이나 욕망은 없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해 보는 고민일지 모른다. 나는 나이, 경험, 직위와 상관없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좋은 동료가 되자고 생각한다. 내 몫의 일은 하면서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사람, 존경을 구하기보다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 누구에게든 배울 준비가 돼 있는 사람,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되자고. 지금의 문화에서 상사나 웃어른들에게 그리 대할 수는 없겠지만, 훗날 젊은 사람들과 마주할 때 함께 편하게 소통하는 동료로 남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