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참 잘했어요. 감사합니다”
[기자의 시각] “참 잘했어요. 감사합니다”
  • 김성찬
  • 승인 2023.11.30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찬 창원총국 취재부
김성찬기자


가족의 공통분모야 꼼꼼히 들여다보면 많겠지만 우리가족은 셋이 다 ‘급식충’이란 점이 그 중 하나다. 나는 출입처 구내식당, 아내는 직장 구내식당, 딸은 학교 급식소에서 각각 ‘은혜’를 입으며 산다. 딸은 학교급식 메뉴에 대한 품평같은 너스레를 종종 엄마한테 늘어놓는데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예전 무상급식에 관한 잡스런 기억들이 스멀스멀 핀다.

내가 처음 경남도교육청을 출입한 게 2010년 언저리. 당시 경남은 11개 시·군이 경남교육청의 무상급식에 뜻을 같이하던 때였다. 하지만 서울은 좀 달랐다. 2011년. 당시 민주당은 중학생까지의 무상급식을 주장한 반면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은 복지포퓰리즘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며 날서게들 싸워댔다. 그해 여름만큼 뜨거운 정쟁 끝에 8월 말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오 시장은 결국 옷을 벗었다.

같은 해 경남에선 무상급식 사업이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다. 도청과 전 시·군이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기로 뜻도 모았다. 순풍에 돛 단 듯 보였다. 적어도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신의 취임사를 뒤집기 전까지는 그랬다. 2015년 4월 경남의 무상급식이 전면 중단되자 이번에는 경남이 난리났다. 찬반 두 진영이 거품 물고 달려들었다. 도지사 주민소환과 교육감 주민소환이 횡횡했다. 양보도 이해도 없던 시절이었다. 경남의 무상급식사(史)에는 다 말하지 못한 이런 식의 우여와 곡절들이 잔뜩 묻어있다.

최근 경남교육청이 학교급식 우수사례를 공유했다. 식단이 화려하다. 봄에는 미나리삼겹살구이와 장어양념구이, 여름에는 옥수수체고피자에 참외샐러드, 가을에는 문어솥밥과 전복버터구이, 겨울에는 갈비탕과 생딸기라떼. 유명 레스토랑 파인다이닝인가 싶을 정도다. 이뿐 아니다. 학생 추천 식단에 지역음식 식단, 토마토·검정콩·자색고구마 등 컬러푸드 식단까지 다채롭다. 비단 메뉴뿐이겠나. 어느 학교는 급식위생 안전실천이나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를 자발적으로 실천해 본보기가 됐고, 또다른 학교는 전통 식생활이나 채식 급식을 내세워 귀감이 됐다. 경남의 학교급식이 이 정도 수준까지 올랐다고 하니 예전 그 북새통 논란들이 참 새삼스러워진다.

우리 가족 세명이 다함께 보는 TV쇼가 딱 하나 있다. ‘급식충’ 외에 또다른 공통분모인 셈인데 JTBC가 방영하는 ‘싱어게인’이라는 프로다. 거기에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가수 임재범의 말투를 빌려 교육당국과 경남의 모든 학교급식 종사자분들께 정중히 한말씀 드리고 싶다.

“참 잘했어요.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