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류하혜는 없는가!
[경일춘추]류하혜는 없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23.12.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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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학부모교육 강사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학부모교육 강사


우리나라 대법원 앞에는 오른손엔 저울, 왼손엔 법전, 그리고 두 눈은 동그랗게 뜨고 얌전히 앉아 있는 여신상이 있다. 사법부의 판결은 공정해야 하고 좌고우면 말고 죄에 대해선 단호하게 칼로 다스리라는 뜻이다.

나라와 몸을 망치는 이유는 위정자들이 사사로울 사(私) 한 글자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인데 私는 禾(벼 화)+(사사 사)의 결합이다. 사시 사는 팔을 안으로 굽히는 모습으로 물건을 독차지하려는 듯한 모습을 연상케 해 이기적임을 뜻한다. 또 私는 볏단을 묶은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사사롭다’라는 의미 즉 ‘사유물처럼 옭아 묶는다’는 뜻이다.

‘서경(書經)’의 ‘여형(呂刑)’에 주(周) 목왕(穆王)이 “법을 집행하는 관리가 살펴야 할 다섯 가지를 관(官), 반(反), 내(內), 화(貨), 래(來)이니 살펴서 잘 처리하라”했다. 공정한 법 집행을 왜곡하는 다섯 가지 요인 중 첫째는 관(官)이다. 관의 위세에 눌려 법 집행에 눈치를 본다. 위의 생각이 저러하니 내가 어쩌겠는가 하며 알아서 눈감아 준다. 둘째는 반(反)이니, 받은 대로 되갚아준다는 말이다. 법 집행을 핑계 삼아 은혜와 원한을 갚는 것이다. 내게 잘해준 사람의 잘못은 덮어주고, 미운 놈은 없는 죄도 뒤집어씌워 갚아준다. 적폐 청산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셋째 내(內)는 안의 청탁이다. 아녀자의 청탁 앞에 마음이 흔들려 냉정을 잃고 만다. 넷째는 화(貨)이다. 뇌물을 받아먹고 속임수를 써서 죄 없는 사람을 얽어매고, 죄지은 자를 풀어준다.

다섯째는 래(來)이니, 찾아와 간청한다는 의미다. 이리저리 갖은 인연을 걸어 이권으로 희롱하고 권력으로 회유한다. 이중 위세와 뇌물이 가장 심하다. 주나라 때의 경고가 지금까지 미친다.

노나라 현자(賢者) 류하혜는 사법관으로 세 차례나 파면됐는데 “다른 나라로 안 가나”는 비아냥에 “다른 데 가도 나는 파면 된다. 왜냐? 나는 오로지 도에 따라 판결하지 정권에 따라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들을 머쓱하게 했다.

은나라 탕왕은 목욕통에 “어제의 모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내가 날마다 새로워져야 내 주변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욱 나아져야 한다”는 글을 새겨 자신을 검속했다고 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마크 트웨인은 “인간만이 부끄러움을 알고 낯이 붉어진다”고 했다. 직도사인(直道事人)이라 “진리를 섬길 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류하혜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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