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성추행 논란 ‘의원’·‘직원’수직구조…신고조차 못했다
직원 성추행 논란 ‘의원’·‘직원’수직구조…신고조차 못했다
  • 손인준
  • 승인 2024.01.18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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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제기 여직원…2차 피해 우려 근무지 전출 후 고소
양산시의회 민주당의원협의회 “권력형 범죄 강력 규탄”
양산시의회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을 상습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시의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수직관계로 인식되는 ‘의원’과 ‘직원’이라는 구조에서 직원은 피해를 당해도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이었다가 최근 탈당한 양산시의회 A의원에게 2022년 7월부터 1년 넘게 상습 추행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직원 B씨는 “시의회 근무 당시 피해 신고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실상 수직관계 구조 속에 이러한 문제 제기가 묻힐 것이란 걱정과 함께 조직 내부에서 성추행 의혹을 공론화하면 2차 가해가 따를 것이란 우려도 신고를 주저하게 했다. 이때문에 B씨가 할 수 있는 건 당사자에게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것뿐이었다.

B씨는 “A의원 앞에서 직접 거부 의사를 밝힌 적도 있지만, 이후 (A의원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저를 힐난하거나 저보다 높은 직급의 직원에게 제 험담을 했다”며 “너무나 괴로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점 때문에 둘이 술 마시자는 A의원 제안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지인에게 A의원과의 약속 장소까지 알려 줬다”고 토로했다.

A의원은 의정활동에 사용해야 할 업무추진비 내용을 허위로 작성하면서까지 B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시의회 누리집에 공개된 업무추진비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7일 A의원은 양산의 한 고깃집을 방문하고 업무추진비 카드로 10만5000원을 결제했다.

이 내역에는 4명이 현장 의정활동을 했다고 기록됐다.

A의원은 이 내용과 관련해 다른 지인도 함께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B씨는 다른 지인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실제 이 약속 이틀 전 A의원은 B씨에게 “할 얘기(비밀포함)도 있고 해서 간만에 둘이 한잔하려는 거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B씨는 장기간 고통을 겪다가 결국 오랜 시간 일한 근무지를 떠나야 했고, 다른 지역으로 전출되고 난 후에야 A의원을 신고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직장에서 상습 추행을 당해도 수직관계에 있는 피해자는 제대로 된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직장에선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게 돼 있지만 큰 힘을 가진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이라며 “시의회 등 기관에서는 특히 성 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협의회(8명·이하 민주당 의원협)는 이날 시청브리핑룸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권력형 범죄”라며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당 의원협은 “시의원의 책임을 저버리고 상습적으로 여성을 성추행한 만큼 경찰은 엄중한 수사를 통해 해당 의원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양산시의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희롱과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공직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의장과 의회 사무국은 의회 직원 관리에 소홀한 점이 있는지 따져보고 미비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해당 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해당 의원이 탈당을 한다고 범죄의 경중이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당 차원에서의 입장표명은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의 인권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의정활동에 더욱 매진할 것을 약속과 함께 피해자의 보호와 지원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적극 취하겠다”고 밝혔다. 손인준기자·일부연합

 
더불어민주당 양산시의원협의회(8명)는 18일 성추행 의혹과 관련국민의힘 당 차원에서 입장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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