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새해에도 잘, 잘, 잘
[경일춘추]새해에도 잘, 잘, 잘
  • 경남일보
  • 승인 2024.02.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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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인 노산초등학교 교사


 
이남인 노산초등학교 교사


‘똑, 똑, 똑.’ 짧은 노크소리 뒤 교실문이 열리고, 우리학교 훈남 주원이가 삐죽 인사를 하고 나간다. “주원아, 그냥 가는거야? 왜 과학실에 온거야?”, “선생님께 인사드릴려구요.” 한창 사춘기일 6학년 남자아이가 선생님께 인사드리러 왔다고 진짜 인사만 하고 간다. 졸업을 앞둔 6학년이 졸업준비로 바빠 다른 학년보다 종업을 먼저했고, 아이들에게 수업은 끝났지만 선생님보러 가끔 과학실에 들러서 인사하고 가라는 말을 이렇게나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문을 닫고 나가는 주원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난다. 길지도 않은 시간에 내가 제자를 잘 키웠다는 생각도 해본다.

최근의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과 소식에 많은 교사들이 내가 언제까지 교직에서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아니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이 늘었다. 그 고민과 우려는 결국 교육대학교 정원 미달, 명예 퇴직자 증가 등으로 이어졌다. 일년에 2번의 방학과 어린 학생에게서 받는 좋은 에너지로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교직이 고초를 겪는 직종, 만족도가 낮은 직종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사실 나도 대학교에서 생각했던 것과 실제 현장에서의 교직생활은 괴리가 있었다.

임용시험 준비로 다져진 이론과 실습을 통해 익힌 수업실력 향상보다는 학생 생활지도와 학부모와의 상담에서 민원없이 무사히 한 해를 보내는 것이 교육경영의 목표가 돼 버린 것이다. 예상치 못한 현장의 어려움이, 이를 지켜줄 제도와 장치가 없는 것이 교원들에게 고충이었다. 또한 이러한 고충은 경력이 많다고 해서 피해 갈 수도 없기에 언제든 나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많은 교원들을 불안하게 했다.

어느 직종이든 어려움은 다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 어려움이 교직이 유독 더 심하다 힘들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교직생활에서 아이들이 더디지만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 학생과 학부모와의 진심이 통하는 짜릿함, 학생지도의 수고와 노력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표현은 교원들이 교직을 더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고, 더 발전 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됐다.

한 해를 마무리 하고 또 다른 시작을 앞둔 지금, 꼭 학교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어른과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서로를 응원할 수 있는 시간으로 새해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도 갑진년 새해, 새로운 값진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본다. “모두 그동안 잘 해왔고, 잘 하고 있고, 잘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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