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어두울수록 빛나는 연대의 행진을 이어가자
[여성칼럼]어두울수록 빛나는 연대의 행진을 이어가자
  • 경남일보
  • 승인 2024.02.2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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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오는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이하며 총체적으로 퇴행한 현실에 막막하기만 하다. 반평화, 반민주, 반인권, 반노동, 반농민, 반환경, 반여성정책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정부는 급속도로 퇴보하고 있다. 구시대적 이념대결을 공론화하고, 한미일 군사동맹강화로 남북관계는 더욱 긴장되었고, 일본의 반성 없는 굴욕적 외교관계를 이어가며 한반도의 평화와 역사바로세우기는 멀어져갔다.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공안탄압으로 진보운동 진영을 위축시키고,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압수수색, 감사 등으로 민주사회로서의 토론과 타협보다는 불통의 정치가 이어졌다.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가장 첨예한 국면을 맞이한 이 때, 대통령은 국민이 요구하는 법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며 모르쇠하고,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는 심기 경호를 펼치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사실 그 역할이 해체되고 있고, 장관을 공석으로 만들어 여성가족부 폐지의 공약을 이행하려 한다. 이미 젠더폭력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아예 없애버렸다. 지금까지 추진해 온 성평등정책에 모두 반대되는 정책을 펼치며 여성지우기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의 윤석열 정부는 악한 가부장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성차별을 당연시하는 공적 영역의 문화와 관점은 일상의 사적영역에 강력한 영향을 미쳐 더 빈번하고, 더욱 잔인한 모습으로 젠더폭력과 차별행동들이 행사되고 있다. 이에 여성들은 극도의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으나 정치인들은 본질적 원인을 규명해서 해결하기보다는 여성들에게 돈만 주면 출산할 것이라 생각하며, 지원금 위주의 출산장려정책만을 내놓고 있다.

암흑과 같은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다 다시 불끈 힘을 나게 하는 역사를 발견했다. 100여년전 진주에서 발생한 백정해방운동인 형평운동에서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형평여성회를 조직하고, 성차별에 맞서 공부하고, 목소리를 내었다고 한다. 엄혹하고 힘든 시절에 언제나 깨어 있던 여성들은 있었다. 남성중심사회에서 늘 보이지 않는 여성들은 어딘가에서나 깨어 있었고, 학습하고 힘을 모아왔다. 일제강점기에도, 근현대사에도 우리의 언니들은 맞서 싸워 왔다. 여자 화장실이 아예 없었던 국회에서부터, 월경휴가를 상상도 못할 공장 일터에서,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너무나 일상적인 성희롱의 노동 현장에서, 아내를 때리는 것이 범죄가 아니었던 가정에서, 불법촬영이 난무하는 온갖 곳에서 억압당한 여성들과 함께 깨어나 투쟁해 온 여성들은 언제나 존재했다.

그리고 여성들은 늘 일해왔다. 무급으로, 저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보이지 않게 일해왔지만 일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여전히 오늘날의 일터는 여성을 위해 기능하지 않는다. 여성들이 하는 일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부록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해야 한다. 여성들의 일은, 유급이든 무급이든, 우리 사회와 경제의 근간이다. 이제는 그 가치를 인정할 때가 되었다.

사회운동은 재생을 반복하며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지금의 성평등 의식 정도와 정책은 깨어 있는 여성들이 무한으로 반복 재생하며 이룬 결과이다. 지금 당장 우리는 퇴보하며 앞이 깜깜하지만 무기력함에 멈추지 않아야 한다. 여성주의는 충실하게 부당한 것에 대해서 몇 번이고, 계속 부당하다고 직언하는 것, 결코 타협하지 않고, 아닌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때 그 가치가 빛난다. 다만 누군가 똑똑한 한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힘을 모아 우리의 역량을 강화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폭넓게 연대해야 한다. 어두울수록 우리의 연대는 빛나는 행진으로 나아가며 평등으로 향하는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행진의 길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손 맞잡고 묵묵히 싸워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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