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농협, 정관 변경 투표 비민주적 ‘논란’
산청농협, 정관 변경 투표 비민주적 ‘논란’
  • 원경복
  • 승인 2024.02.27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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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이사 1→2명 확대 투표 실시
비밀 대신 기립투표로 진행 말썽
일부 대의원 반발…공론화도 부족
부결된 안건 재상정도 이례적 지적
농협 “둘 다 문제 될 것 없다” 주장
산청군농협이 이사회 심의에서 부결된 ‘농협 정관 변경 안건’을 비밀 투표가 아닌 기립 투표로 처리해 일부 대의원들이 비민주적이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산청군농협은 지난 21일 오전 10시 30분 대의원 117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었다. 이날 임시총회에서는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현재 1명인 상임이사를 1명 더 늘려 경제사업 전문 상임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산청군 농협 정관 변경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다. 농협의 정관 변경은 대의원 3분의 2가 참석하고, 참석자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이에 이날 정관 변경을 위한 투표가 실시됐는데, 비밀 투표가 아닌 기립 투표로 진행되면서 찬성 94표로 가결됐다.

하지만 이날 기립 투표로 진행된 투표 방법에 대해 일부 대의원들이 비민주적이라 주장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정관 변경 안건은 지난 2월 7일 이사회 심의에서도 다뤄진 사안으로 당시 진행된 비밀 투표에서 15명의 이사가 찬성 7표, 반대 7표, 기권 1표를 던지면서 안건이 부결된 바 있다.

그런데도 대의원 총회 의장인 조합장 직권으로 안건을 상정해 이날 처리한 것이다.

산청군농협에서 지금까지 이사회 심의에서 부결된 안건이 총회에 상정된 경우는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날 총회가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기다 이사회 심의 때 비밀 투표로 진행해 놓고선, 왜 총회에선 모든 참석자의 찬반 여부를 알 수 있도록 기립 투표로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산청군농협 직원 사이에서도 정관 변경은 직원들과 토론회 같은 공론화를 거친 뒤 추진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전국 농협 1118곳 가운데 상임 이사를 2명씩 두고 있는 곳은 8곳뿐이며 경남에서는 전무하다. 산청군농협보다 규모가 큰 경남지역이나 타지역 농협들도 상임이사를 1명만 두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산청군농협은 경제사업 전문 상임이사를 두기 위해 정관까지 변경한 것과 대조적으로, 정작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세부적인 계획은 현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총회를 한 번 개최하기 위해서는 4000여만 원의 경비가 소요되는데, 지난 1월 31일 열렸던 정기총회 후 불과 21일 만에 다시 임시총회를 열어 4000여만 원의 추가 경비가 소비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상황에서 상임이사 1명이 추가될 경우 인건비 등을 포함 2억여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산청군농협 노동조합 관계자는 “경제사업 전문 상임이사를 한 명 더 두는 것에 대해 반대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며 “직원들의 대표기관인 노조와도 한번 의논도 하고 공론화해 좀 더 신중하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현 정관에 기립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는 하지만, 기립 투표를 하면 찬성과 반대하는 사람을 참석자들이 모두 알 수 있어 대의원들이 소신껏 투표할 수 없지 않았겠느냐”며 “비밀 투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침울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또 한 임원은 “상임이사를 2명 둔 조합을 견학하는 등 좀 더 알아보고 신중하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산청군농협의 경제사업은 2200억원 정도지만, 수탁 판매와 마트 등을 제외하면 실제 육가공과 미곡처리장 등에서 500여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상임이사를 한 명 더 둔다고 하지만 신용사업에서 수익을 내고 제대로 된 경제사업은 농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 주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날 총회에서 기립 투표가 아닌 비밀 투표를 했다면 대의원들의 진정한 뜻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정관에는 기립·거수·비밀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날 투표 전 대의원들의 의사를 먼저 물어 기립 투표로 하자고 하여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는 심의기관이므로 이사회에서 부결돼도 총회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며 “상임이사를 한 명 더 두고자 하는 것은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경복기자

 
산청군농협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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