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51]낭만과 사랑의 섬, 거제 내도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51]낭만과 사랑의 섬, 거제 내도
  • 경남일보
  • 승인 2024.03.0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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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끝내주는 풍경
◇노란 낭만이 핀 거제 내도

중국 극동지방에서만 자라는 희귀종인 모소대나무는 씨앗에서 싹이 튼 뒤 4년 동안은 농부들이 정성을 다해 가꾸어도 고작 3㎝밖에 자라지 못하다가 5년째 되는 해부터 하루에 무려 30㎝가 넘게 자란다고 한다. 그렇게 6주 만에 15m 이상 자라게 돼 주변은 울창한 대나무 숲을 이룬다고 한다. 모소대나무는 씨앗이 움트고 나서 4년 동안 땅속 먼 곳까지 뿌리를 뻗쳐 대나무 숲을 이룰 바탕을 마련했고 그 뿌리의 힘으로 죽순은 쑥쑥 자라날 수 있었던 것이다.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모소대나무의 교훈을 예로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이야기는 힐링여행에도 적용되는 일화다. 모소대나무의 뿌리에 해당하는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서 여행을 떠난다면 대나무의 죽순인 ‘여행지에서 느끼는 만족도와 행복감’이 더욱 충만해지는 이치와 같다고 생각한다.

15년 전에 거제 내도를 탐방한 적이 있었다. ‘그동안 섬은 얼마나 변했을까, 지금쯤 봄동백은 피어났겠지, 내도에서 바라본 외도와 해금강 그리고 공곶이는 여전히 아름답겠지!’ 하는 기대감과 내도에서 맘껏 즐길 긍정의 에너지를 가득 머금고 행복한 힐링을 듬뿍 담아 오기 위해 명품걷기클럽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과 함께 자연이 품은 섬인 거제 내도로 떠났다. 진주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려 구조라항에 도착했다. 선장의 구수한 입담에 취해 한바탕 웃고 나니 배는 벌써 내도에 닿아 있었다. 구조라항에서 내도까지 10여 분 걸렸다.

지붕을 모두 노란색으로 꾸며 놓은 내도마을의 집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을 전체가 노란 봄꽃으로 활짝 피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퍼플섬의 이미지가 보라였다면 내도는 노랑이었다. 노랗게 들뜬 탐방객들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을 낭만적으로 받아들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연인의 섬, 내도

공곶이가 보이는 해변에서 시산제를 모신 뒤 내도둘레길 탐방을 시작했다. 내도란 이름은 구조라 앞바다 안쪽에 있는 섬이라 해서 내도라고 하고, 외도는 바깥쪽에 있는 섬이라서 붙인 이름이다. 그리고 구조라항에서 바라보면 모자를 벗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이어서 모자섬이라고 부르고, 서이말등대에서 바라보면 거북이가 외도를 향해 떠가는 모습이라 해서 거북섬이라고도 부른다.

옛날 대마도 가까이에 있던 외도(남자섬)가 구조라 마을 앞에 있는 아름다운 내도(여자섬)에 반해 다가왔는데 마을 여인들이 섬이 온다며 고함을 치자 외도가 지금의 자리에 멈췄다고 한다. 남자섬인 외도와 여자섬인 내도는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안개가 심하게 끼는 날이나 캄캄한 밤이면 남몰래 만난다는 설이 있지만 그 만남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내도를 낭만적인 연인의 섬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마을 전체 8가구, 1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노란 지붕이 낭만적인 사랑의 분위기에 젖게 할 뿐만 아니라, 곧 피어날 공곶이의 수선화와 조화를 이루어 섬을 환상적인 풍경으로 만들어 놓을 것 같았다. 요즘은 이러한 내도의 분위기와 동백나무가 주를 이룬 원시의 숲을 간직한 생태를 만나기 위해 내도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내도둘레길은 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바퀴 순환할 수 있도록 조성해 놓았다. 내도마을에서 시작해 내도명품길 입구→세심전망대→연인길삼거리→신선대전망대→연인길삼거리→희망전망대→내도마을로 돌아오는 순환길이다. 둘레길 초입은 가파른 계단길이었다. 계단 사이사이 푸른 잎을 단 털머위가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둘레길 길섶엔 사스레피나무, 동백나무, 곰솔, 후박나무, 감탕나무, 왕작살나무, 생달나무, 왕모시풀 등의 나무들이 자신의 이름표를 달고 탐방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그리고 잠깐 쉴 수 있는 공간에는 숲이 주는 혜택, 조류와 곤충에 대한 설명, 소나무와 덩굴식물 이야기, 나무 이름 짓는 법, 건강 상식과 명상의 공간이나 사진 명소, 전망대 등을 마련해 놓고 탐방객들에게 힐링과 더불어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한창 봄을 피우고 있는 내도

아름다운 풍경과 식물에 대한 정보 등을 눈에 담느라 한 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내도 둘레길(총길이 2㎞) 탐방이 두 시간 이상 걸렸다. 세심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이말등대, 신선대전망대에서 만난 외도와 홍도 그리고 바다 건너편에 보이는 해금강은 15년 전에 본 모습 그대로의 절경이었다. 내도는 바깥에서 본 풍경보다 내도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훨씬 더 아름다웠고, 둘레길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비경은 탄성을 지르게 했다.

내도 숲의 대부분이 동백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다. 동백꽃은 12월부터 피기 시작해 피고 지고를 반복하다 3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둘레길 곳곳에 피어 있는 동백꽃 그늘에서 꽃향기에 자물린 탐방객들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휴대전화로 추억을 담고 있었다. 연인길삼거리에서 신선대전망대로 가는 길 중간에 연인나무라 불리는 남자 곰솔과 여자 곰솔 두 그루가 일정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이 연인길을 연인끼리 손을 잡고 걸으면 두 사람의 사랑이 더욱 돈독해진다고 한다.

연인길삼거리엔 왕모시풀이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희망전망대로 오는 길, 바다 위 한가롭게 떠 있는 고기잡이배들이 내도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그려 놓고 있었다. 떠나오는 배에서 바라본 내도에는 초록색 바다와 숲 사이에 노란 지붕 꽃이 한창 봄을 피우고 있었다. 하루에 30㎝ 이상 자라는 모소대나무 죽순처럼 행복을 만끽한 하루였다.



박종현 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신선대 전망대와 외도.
고기잡이배가 한가롭게 떠다니는 내도 앞바다.
공곶이 앞바다를 바라보며 물멍하는 탐방객들.
내도 랜드마크.
내도 명품길 입구.
내도섬 전경.
노란 지붕으로 꽃 핀 내도마을.
도장포에서 바라본 신선대 앞바다.
세심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이말등대.
곰솔나무(수).
곰솔나무(암).
내도 연인길 입구.
동백나무와 대나무가 어우러진 둘레길.
동백숲길로 걸어가는 탐방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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