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7일은 83만여 명에 이르는 50인 미만 사업장 대표들의 사기가 땅바닥으로 추락한 날입니다.” 지난 1월 31일 국회에서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결의대회에 참가한 한 중소기업인의 눈물어린 절규다.
1월 31일 국회, 2월 14일 수원, 2월 19일 광주에 1만명이 넘는 중소기업인이 모여 한목소리로 50인 미만 기업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를 절박하게 호소했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근로자들과 함께 생산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려야 할 중소기업인들이 열일 제쳐두고 모인 이유는 현재 상태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지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법이 중소기업 현장과 괴리되어 있다. 적용 대상자들이 이행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27일부터 상시종업원 5인 이상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된 이 법은 제조·뿌리기업, 도배·미장 등 전문건설업체는 물론 동네 빵집이나 식당 등 소상공인들도 적용 대상이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가까스로 이겨낸 소기업 대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골목상권 사장님과 묵묵히 생산현장을 지키는 소공인들은 과연 자신들이 이 법의 적용 대상이라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조·건설업체의 80%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아직 준비를 하지 못했고, 74%는 이 법 시행 시 대책이 없거나 폐업을 고려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둘째, 산업안전은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법 이름부터 처벌에 방점을 둔 이 법만으로는 근로자와 산업현장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업주에게 안전관리 의무가 있다면 근로자에겐 성실준수 의무가 있다. 노사가 합심하여 안전한 일터를 가꿔 나가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 합리적인 생각일 것인데, 이 법은 무조건 기업인들에게 모든 과실을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예비 범법자 취급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영세 중소기업의 산업안전을 위한 지원책이 부족했다. 컨설팅을 받았던 한 중소기업인은 “국가 지원 컨설팅을 알아봤더니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3년부터 시작한다고 하여 1년을 기다려서 받았다”며 “시행 1년 전부터 컨설팅을 시작했으니 한계가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방조치를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더욱이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도 1222개의 의무조항이 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복되는 사항은 없는지, 영세 중소기업 현장에서 법을 따를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필요한 지원책은 무엇이 있는지 2년의 충분한 유예기간을 가지며 노사정이 모여 숙의(熟議)를 통해 정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현장의 문제를 다룰 때 흔히 쓰는 ‘우문현답’이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줄인 것이다. 국회는 우문현답의 자세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