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스마트 버스정류장에 초록을 입히자
[경일포럼]스마트 버스정류장에 초록을 입히자
  • 경남일보
  • 승인 2024.04.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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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진주에는 특별한 버스정류장이 있다. 특이점은 버스정류장에 겨울이면 온돌처럼 의자에서 따스한 온기가 올라오는 의자를 설치한 것이다. 한겨울에도 버스를 기다리며 추위를 막을 수 있다. 오는 버스 시간을 알려주는 시스템은 기본이다.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에게 편의성을 주는 공공의 건강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버스 정거장을 여름에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는 벽면녹화를 효과를 빌릴 필요가 있다. 버스 정거장에 살아있는 식물의 녹색을 가져와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버스 정거장이 설치된 곳의 바닥에는 보도블록이 있다. 기둥 밑 주변 보도블록 두세 개만 빼내 토양이 드러나게 하고, 거기에 담쟁이덩굴이나 능소화 등 덩굴류를 심고 비배관리만 잘해주어도 이내 버스 정거장은 초록과 꽃으로 뒤덮여 사계절의 반 이상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에는 버스 정거장의 지붕에 옥상녹화를 시행하기도 했다. 버스 정거장의 상판에 초본류를 도입해 작은 옥상녹화 공간을 만든 것이다. 도시민은 그런 녹색을 보면서 시각적 편안함과 함께 쾌적한 도시를 누리며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스마트 버스정류장에는 전기를 공급하는 소규모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햇빛을 받는 상판에 작은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면 적어도 버스정류장에 소모되는 전기는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기둥과 벽면은 덩굴류를 활용해 녹화하고 자체 생산 전력을 사용한다면 자연스럽게 버스정류장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소비하면서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작은 정원이 될 것이다.

덩굴 등이 건물에 부착에 붙는뿌리에 의해 건물이 손상되거나 습기가 차거나 실내 결로의 원인이 되는 등 부정적인 면이 일부분 염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능소화나 담쟁이덩굴 등 식물을 이용해 벽면을 녹화하는 것은 단점보다 여러 가지 장점이 더 많다. 낡고 딱딱한 건물의 차폐 및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는 효과가 있고, 벽면으로부터의 반사광을 방지해 도로변의 경우에는 운전자의 눈부심을 차단해 줄 수 있다. 더구나 벽면을 녹화함으로써 건축물 표면의 균열을 방지하고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더욱이 푹푹 찌는 여름에는 벽면을 덮은 벽면 식물들로 인해 실내와 밖의 온도 차이를 약 3도까지 낮출 수 있어 한여름 전기 절약이나 에너지 절약에 효과적이기도 하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는 건축물 표면을 비롯한 콘크리트 블록담, 돌담, 방음벽, 고가구조의 도로, 철도의 교각, 하천의 수직 호안, 더 나아가서는 댐의 콘크리트 축대벽 등 전체적으로 회색의 무기적인 구조물 벽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벽면은 경관적으로 보기 흉할뿐만 아니라 열과 빛을 반사해서 쾌적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1998년 환경부에서는 ‘도시건축물입면녹화지침’을 발간해 이러한 곳들의 벽면을 녹화함으로써 도시의 쾌적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자 했다. 정책적으로도 벽면을 녹화해서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쾌적함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한여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 실외에 노출된 작은 건물은 더위에 취약하다. 이것을 녹색으로 바꿔 도시의 경관미와 아름다움을 높여줄 수 있다. 예산이 크게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다. 덩굴류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드러나게 하고, 덩굴류가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와이어만 설치하면 된다. 덩굴이 뻗어가 버스정류장을 덮어 자라는 부분은 이따금 가지치기 등 소소한 관리만 해주면 된다. 겨울에는 따스한 공간으로, 여름에는 아름다운 녹색의 공간으로 변모한 스마트 버스정류장은 세계적 명소가 될 수 있다. 그걸 보기 위해 세계인이 찾아올 수도 있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은 아주 작은 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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